마취과부터 풀고 단계적 확대…간호사·한의사 등 역할 강화 하반기 전공의 연장모집 최종 실패…지역 응급실부터 붕괴주요 수술 축소 불가피…번아웃에 교수들도 조용한 사직국회 청문회 '무용론'…탓할 시간에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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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하반기 전공의 연장모집이 끝내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친 역대 최악의 의료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환자를 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할 판국으로 외국 의사 수입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남은 시간이 없다.

    오는 9월부터 전국 수련병원은 환자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지역 응급실은 이미 붕괴 중이고 주요 수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6개월 간 자리를 지킨 의료진들도 번 아웃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 중이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조용히 사직했다.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외국 의사 수입 방안을 남겨뒀다. 의료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외국 의사 면허를 보유한 자가 국내 의사국가고시를 치르지 않아도 진료가 가능해진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루고 미루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해야 할 판이다. 이미 선은 넘었고 마땅한 다른 대안은 없다. 전공의 없이 돌아가는 전문의 중심 체계,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강화는 중장기 관점의 대책에 불과하다. 

    일단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없어도 되는 마취과 의사부터 수입하는 구조로 전환하면서 필수 의료 분야의 공백을 메꾸는 것이 중요하다. 사직 전공의는 전문의 수련을 포기한 채 일반의로 남아 필수 의료 영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기조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의료대란 사태를 마냥 지켜만 보는 것은 폭력이다. 환자의 공포를 방조하는 행위는 멈추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사는 물론 PA(진료보조) 간호사, 한의사까지 타 직역이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을 넓혀야 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1509명을 늘린다는 정책 결정은 번복하기 어려운 시점이 됐다. 대학입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필수·지역의료 인력 확충을 필요하다고 느낀 대국민 여론과 환자의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대증원 철회를 하려면 최소한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전공의 전원 복귀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내 걸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들은 앞으로도 고통 속에 머물러야 한다.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된 의료대란 국회 청문회는 무능의 극치를 달렸다. 국민 생명권을 정쟁의 안건으로 여겼고 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 탓을 돌리기엔 너무 늦다. 이럴 거면 국회가 빠지는 편이 낫다. 

    특히 일선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입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이 없는 상태여서 응급실, 중환자실이 마비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 모든 것이 겹친 역대급 추석 의료대란은 확정된 시나리오다.

    의료대란 피해를 입은 다수의 환자는 "얼마나 더 목숨을 잃어야만, 고통에 떨어야만 정상적인 진료 체계가 유지될 것이냐"며 "지금은 의료의 질을 따질 상황도 아니고 당장 환자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선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근본적 사태 해결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되 급한 불은 꺼야 한다. 전공의 공백 탓에 의뢰·회송이 진행되지 않아 수면 아래서 사망한 환자들이 쌓여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