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공동으로 "언급도 마라" 선 긋기의정 사태서 젊은 의사 신임 못 얻어 '한계 봉착'4자 협의체 등 담판 지을 리더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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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의 선 긋기를 선언한 가운데 의료계 대표들도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의정 사태의 핵심은 젊은 의사들인데, 이들을 대표하지 못하는 종주단체는 그 기능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의료계도 의료대란 장기화를 매듭지을 담판이 있어야 지옥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의협 집행부 체제 내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1일 다수의 시도의사회장, 의협 대의원은 임현택 회장의 탄핵 추진과 별개로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 시도의사회장은 "(사퇴) 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의료대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장이 바뀌면 예상보다 빠르게 이 혼란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B 시도의사회장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이 공식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언급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반쪽이 아니라 존재가 상실된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전 알아서 내려와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한 어조의 비판은 전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생 대표들과 공동명의의 성명으로 임 회장과의 '대화 거부 및 사퇴 요청'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 상황에서 젊은 의사의 대화를 통해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의협의 역할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종 의료정책은 필수, 지역의료에 유입될 미래 세대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대표성을 갖지 못하면 한계에 부닥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현택 의협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어떤 (대화)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임 회장 및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간 의료계 내부에서 임 회장과 집행부의 행보를 지적하며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현행 체제 내에서 대응하라고 중지가 모아진 바 있다. 

    그러나 재차 젊은 의사들이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입지 축소'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임 회장을 옹호하는 세력의 규모는 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의료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 여·야·의·정 4자 협의체서 '담판' … 총대 멜 리더 절실

    결국 담판을 지어야 할 장소는 '여·야·의·정 4자 협의체'로 좁혀진다. 의대증원 원점 논의 시점에 대한 의정 시각차는 존재하지만, 일단 의료계가 참여해 발언권을 얻어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4차 협의체 참여가 필요하다는 C 시도의사회장은 "의협회장이 있는데도 현재 총대를 멜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밀어붙이기식의 의대증원을 반대는 당연하지만 우리가 계속 대화 참여도 거부하게 되면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원로급 D의대교수는 "제대로 된 리더를 내세워 전공의 수련환경을 비롯해 저수가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서는 것이 급선무이며 대화를 통해 전공의 복귀 통로를 열 방법을 찾고 이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원점 검토 시점을 얘기하면 된다"고 했다. 

    한편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 내부에서 임 회장 사퇴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국민과 환자 관점에서 의협 집행부의 행보에 재평가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임 회장은 막말로 지탄받는 대신 환자를 볼모로 죽음을 방조하는 총파업을 강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