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무더위에 치솟는 전력 수요 … 19일 사상 최고 예비전력률 척도 10%대 무너져 … 2022년 이후 한 자릿수 기록전력 수요 증가에도 인프라 확장·발전 설비의 불균형↑대규모 전력 조달 필요성↑ … "전력망법 처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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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들어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름철 무더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등으로 국내 전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앞으로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예정돼 있어 향후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망 구축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전력망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오후 6∼7시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95.6GW(기가와트)로 나타났다. 이는 전력 수급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오후 5시(오후 5∼6시 평균) 최대 수요는 94.7GW로 이는 지난 13일 기록했던 최대 수요(94.6GW)를 6일 만에 넘어선 수치다.
올여름 기록만으로 보면 다섯 번째로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 5일 93.8GW, 12일 94.5GW, 13일 94.6GW 등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해왔다.이로 인해 안정적인 예비전력률(예비율) 척도인 10% 선도 무너졌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공급 능력은 104.6GW, 예비력은 9GW, 예비율은 9.4%였다. 지난 13일 예비율은 한 자릿수인 8.8%에 그쳤고, 지난 5일에도 9%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2년 7월 예비율(7.2%) 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전력 수요 기록을 갈아치운 데에는 지속되는 무더위의 영향이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에서 26일째 열대야가 나타나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전날까지 29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AI 시대의 도래로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원활한 AI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6배 전력을 소비하는 수준의 대규모 전력 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이며, 총 필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메가와트(MW)다. 2022년 12월 기준 최대 전력(9만4509MW)의 52%에 육박한다.
전력 사용량 증가세는 데이터로 입증된다. 1987년에는 국내 최대 전력은 10GW에 불과했지만 2007년 7월 최대 전력은 약 58GW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다시 16년 만인 지난해에는 두 배 수준인 100GW로 증가했다. -
이처럼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 확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3년 10년간 송전 설비는 약 14% 증가했지만 이 기간 발전 설비는 약 69%(8만1806→13만8018MW) 증가했다.
일부 발전소와 송전망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 공급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또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전력망 건설의 과정을 주도하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에 달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전력망 확충을 위한 전력망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 주도로 전력망 건설 패스트트랙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부처 전력망위원회의 신설, 인허가 특례, 보상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지원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로 이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합의에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이 잇달아 재발의했지만 아직 상임위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도 올 상반기 정치권에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입법 과제를 전달하고 전력망법의 신속한 입법을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 단지 등 첨단 산업단지에 대한 대규모 전력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이를 지원할 특별법 통과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에너지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새로운 대형 심장이 박동을 시작하려는데 혈액을 공급할 혈관은 너무 좁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한전이 처한 재무적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전력망 적기 확충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각종 연기금을 통한 공공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