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올해 들어 채권 28조 순매수…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금리 하락 기대감에 채권 투자 급증…특수채‧기타금융채 뭉칫돈채권 금리 시장 선반영 평가…금감원 "장기채 투자 유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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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준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시장에 기대감이 선반영된 만큼 향후 채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8조34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4조2000억 원에서 약 3조8344억 원 늘어난 수준으로, 비율로 따지면 15.8%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기록한 37조5620억 원을 넘어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특히 특수채 수요가 급증했다. 특수채는 공공단체나 공적 기관 등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별법인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의 특수채 순매수 규모는 전일까지 2조8531억 원 수준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8218억 원에서 2조원 넘게 늘었다. 1년 만에 순매수 규모가 3.5배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기타금융채를 6조8945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조9014억 원(38.1%) 증가한 수준이다. 이밖에 국채, 지방채 순매수액도 각각 전년 대비 4.3% 87.5% 늘었다.

    9월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매수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값이 오를 것이란 분석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대 이익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투자 전략에 있어서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 시 주식시장 내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미국 금리 인하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하락 기대감에 채권 금리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선반영된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 채권 투자자에게 원금 손실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실제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단기물 위주의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3.880%, 4.127%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74%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리 변동기 채권 투자 관련 유의 사항'을 발표, 채권 투자자들을 향한 경고에 나섰다. 통상 채권은 확정 이자를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생각되지만, 개인 채권 투자자도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채권은 발행자의 신용 상태, 시장금리 변동, 채권 만기 등에 따라 수익 변동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만기 이전에 채권을 매도할 경우 시장금리 수준에 따라 변동된 채권 가격만큼을 돌려받게 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특히 장기채 투자 시 채권 가격은 시장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변동해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표면금리가 3%, 액면가가 1만 원인 만기 5년(단기), 만기 30년(장기) 채권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시장금리가 3%에서 4%로 투자 시점 대비 1%포인트 상승하면 만기 5년 채권 가격은 458원(4.58%), 만기 30년 채권 가격은 1960원(19.6%) 하락한다.

    만기 30년 채권의 가격 하락 폭이 4배 이상 커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해외 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이나 채권 발행 국가의 경제 상황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은 "해외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확정된 이자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환율 변동으로 인해 원화 기준 수익은 확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라며 "채권 발행 국가의 경제 상황에 따라 채권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미국 대비 완만하고 얉은 수준에 그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내년 말까지 100bp 내외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는 22일 한은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동결 속 인하 소수의견 1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국고채 금리는 금통위 경계 및 재료 확인을 소화하며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매파적 금통위가 확인될 경우 국고채 3년, 10년물 금리는 각각 3.0%, 3.1% 내외까지 반등할 수 있다"라며 "연내 한 차례 인하는 가능하겠으나 두 번째 인하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