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對중국 HBM 추가 제재 전망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등 HBM 확보 나서자체 메모리칩 개발 시간 벌기용HBM2E·HBM3 재고 여유있는 삼성서 조달 속도
  •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산업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이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산 HBM(고대역폭메모리) 비축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HBM 시장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5세대 첨단 제품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만 HBM2 이상 제품 확보에 나서면서 자체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투자 붐이 일면서 중국 주요 기업들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도 HBM을 구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HBM을 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곳은 주로 삼성으로 알려졌다. 현재 HBM은 메모리 반도체 3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인데 이중 특히 국내 기업인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론은 미국 기업인데다 HBM 생산량이 크지 않아 중국 측 수요를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은 HBM2 이상 첨단 제품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넉넉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신속하게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중국기업들의 선호를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화웨이와 바이두, 텐센트 등의 주요 기업들은 HBM2E와 HBM3를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업체들의 이 같은 HBM 구매 행렬이 올 초부터 이어져 삼성전자 HBM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HBM 비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반도체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HBM과 같이 AI 반도체 제조에 핵심인 소재를 구비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들은 최근 보도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중에 새로운 형태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발표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선 규제가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미세공정 개발을 막아선 것이라면 이번엔 AI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도 이 규제의 직접 대상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사재기 행보는 무역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국의 10대 무역 대상국 중 한국 수입액 증가율만 유일하게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남다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중 대부분은 반도체 수입으로, 중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 반도체는 1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수입액 및 수입량이 각각 11.5%, 14.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들어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다시 찾아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AI에 필요한 HBM 같은 제품들이 주요 수출 품목으로 이름을 올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산 HBM을 대거 사들이면서 AI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자체 HBM을 개발하는데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현재 자국 메모리 기업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HB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 간 HBM 관련 특허만 총 129건을 출원했을 정도로 이미 속도가 꽤나 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HBM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 단순히 한국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품과 기술을 면밀히 분석하고 참고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