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에 드는 시간·비용 단축하고 성공확률 높여ADC 분야 협업 활발 … 기술력 있는 바이오텍 러브콜경쟁사끼리도 '맞손', 시너지 극대화로 기술수출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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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개발은 결실만큼이나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과물이다. 

    바이오벤처의 유망한 후보물질을 사들여 개발노하우를 접목해 비용과 시간은 절감하는 대신 성공확률을 높이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 바이오벤처에는 러브콜이 잇따른다. 대형제약사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글로벌 CDMO 기업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항체-약물 결합체) 분야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한 이유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후보물질 'ABL202(CS5001, LCB71)'를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호주, 중국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진행성 고형암 및 림프종 환자 대상 임상 1a/1b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LCB84'를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드존슨에 17억달러(2조2600억원)규모로 기술수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ADC 전문기업 앱티스를 인수하고 다각도로 협력사를 찾고 있다. 앱티스는 항체 변형 없이 위치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시킬 수 있는 3세대 ADC 링커 기술인 '앱클릭'(AbClick)을 개발한 기업이다. 글로벌 CDMO 1위 기업 론자와 ADC 사업 협력을 체결하며 위치 선택적 3세대 ADC 링커 기술의 글로벌 우수성을 입증했다.

    앱티스는 유한양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프로젠, 셀비온 등과 잇따라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MOU)을 맺고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신약개발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은 비단 바이오벤처-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을 넘어 경쟁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해법이 되기도 한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혁신신약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한미약품이 보유한 물질특허를 기반으로 유전성 희귀질환의 일종인 LSD(Lysosomal Storage Disease, 리소좀 축적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 두 회사 모두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업계 최고수준이라는 점에서 혁신신약을 기대할만 하다.

    동아에스티는 HK이노엔과 손잡고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에 동아에스티의 단백질 분해 기반기술을 접목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타깃하는 'EGFR 분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렉라자의 사례처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합 협업의 성과는 기술수출로 이어진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단계에서 사들여 임상 1상에 진입한 뒤 2018년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최근에는 HK이노엔,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3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물질 'OXTIMA'가 중국 화동제약에 기술이전 됐다. 계약규모는 총 3억1550만달러(약 4300억원)다.

    이밖에도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회사에서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개선을 선언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리스큐어, 진메디신, 지뉴브 등과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는데 분야도 마이크로바이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항체신약 등으로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신약개발을 원하는 기업은 신약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이며 최종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R&D 및 상업화의 혁신적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