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대규모 거래…해마다 급증하는 알고리즘 매매시장 변동성 증폭 부작용…갑작스런 시장 붕괴 배경알고리즘 매매 따른 변동성 대비한 투자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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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Algorithm) 매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수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지난 8월 5일 월요일 시장의 대폭락의 충격이 생생한데요.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면서 1988년 개장 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11.30% 내렸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 역대 하루 최대인 4451포인트(12.4%) 폭락했고 대만 증시도 8% 넘게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하루였습니다.

    이날을 두고 시장은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립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당시 갑작스런 시장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매매 거래가 꼽혔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고빈도 거래, 알고리즘 매매, 퀀트 트레이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매 결정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알고리즘에 맞춰 미리 설정해준 매수·매도 조건에 따라 기계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프로그램 매매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의 배제입니다.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속에 사람은 때때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지만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이 프로그램 매매의 핵심입니다.

    특히 주식시장에는 현물과 선물 차이로 순간적인 비정상 상태에 빠질 때가 있는데, 이때 컴퓨터가 알아서 시장 변화에 즉시 반응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 매매가 활발해질수록 시장의 변동성은 보다 증폭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증시에서 알고리즘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수준이며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 내 거래 중 60~70% 가까이가 알고리즘 매매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석에 바탕을 두고 현재 70~80%가 알고리즘 매매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알고리즘 거래 규모는 2021년 160억1000만달러에서 2031년 600억달러로 연평균 14%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투자가 늘어난 것도 알고리즘 매매가 증가한 이유로 꼽힙니다. 패시브 투자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자료를 분석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보다 지수나 종목 가격에 따라 자동 거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국내 시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지만 글로벌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외 알고리즘 매매의 영향권에선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매매가 증가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롤로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배경 중 하나로도 이 알고리즘 매매가 지목됩니다.

    지난 5일 일본 증시의 폭락과 관련 로이터통신은 "알고리즘 신호에 따라 주식을 거래하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난주 일본은행(BOJ)의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강세가 예상되자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앨리슨 네이선 골드만삭스 글로벌 투자 연구원은 "2010년 발생한 '플래시 크래쉬'(뉴욕 증시가 몇 분 만에 9% 급락) 이후 시장은 단 하나의 패턴에 익숙해졌다. 변동성이 커지면 유동성이 증발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펀더멘털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알고리즘 매매의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투자 대응이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