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보고 누락, 누군가는 책임져야"… 조직적 은폐 언급검찰 수사와 별도로 임종룡‧조병규 징계 가능…기관 제재 불가피
  • ▲ 임종룡(왼쪽)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뉴데일리
    ▲ 임종룡(왼쪽)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뉴데일리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향한 가운데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제재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대 징계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적발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우리은행 부당 대출과 관련해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미보고 등 내부통제 미작동이 심각했으며, 금감원은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우리은행, 금융사고 미보고‧거짓 해명‧사건 은폐 의혹”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지난해 가을부터 부당 대출에 대해 은행 경영진이 알고 있었음에도 금감원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 금감원에는 '여신심사 소홀'로 보고한 후 뒤늦게 수사기관에 '금융사고'로 고소하는 등 거짓해명한 점,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 등이다. 

    특히 임 회장과 조 행장 임기 중에도 관련 부당 대출이 이뤄졌고, 해당 금융사고를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점에서 두 수장에 대한 배임 혐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복현 원장은 전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감원의 우리은행 검사 과정에서 확인한 걸 보면 이미 작년 가을쯤에 현 (조병규) 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원진이 대규모 부당대출 문제점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고, 금융지주도 올해 3월 이전 보고를 받았다”면서 “우리은행, 우리금융이 뭔가를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금감원이 검사에 임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임 회장과 조 행장도 결과에 따라 처벌과 제재가 가능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 때 안 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회장의 불법에 국민들이 은폐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도록 처리한 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이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를 우리은행 자체 검사 실시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당국에 보고도 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금감원 역시 이날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올해 4월 이전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했으나 미보고, 미공시했다”고 못박았다. 

    은행법 제34조의3, 동법 시행령 제20조의3 및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금융업무와 관련해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이외의 者(자)에게 횡령, 배임 등 형법 또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로 보고하고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은행은 은행법 69조1항에 따라 과태료 등의 기관제재를 받을 수 있다. 경영진과 임원은 부당대출이라는 불건전영업행위로 신분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즉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금감원이 이런 법 위반 사실만으로도 징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부당대출은 영업점장의 전결권을 악용하고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의 관리 책임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수 년간 이뤄진 영업점의 부당대출을 본점 여신감리부가 한 번도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은 은행법 53조에 따라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리 미흡을 이유로 임 회장과 조 행장 등에게 행정 제재도 부과할 수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으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거나 금융관련 행정제재를 받은 임직원(퇴직자 포함)은 5년 동안 금융사 임원으로 취업이 불가능하다.

    다만 부당대출이 벌어진 시기 지배구조법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이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행정제재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부통제를 문제로 중징계가 확정된 과거 사례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박정림 당시 KB증권 대표와 윤경은 전 대표 등이 받은 직무정지 정도다. 이들은 현재 금융당국을 상태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만약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중징계를 받더라도 곧바로 중징계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 직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임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임종룡‧조병규 강력 처벌 예고… 최소 문책경고 예상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이 내놓은 해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관련 법규와 절차를 강조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임 회장과 조 행장이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차상진 대한변호사협회 금융변호사회 부회장겸 변호사는 “보통 금감원이 금융사에 검사를 나간 이후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때까지는 통상 1~2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번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이복현 원장 임기 내에 제재심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차 변호사는 “금감원은 임종룡 회장, 조병규 행장에 대해 금감원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 제재인 문책경고까지 유력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도 불가피해 보여 향후 우리은행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징계 수위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까지 넘어갈 경우 금감원과 금융위 간 입장차가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관련 법규상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문책경고까지만 금감원장에게 제재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은행에서 유독 금융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은행장 등 경영진의 관리와 대응이 부족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행장이 직을 걸고 해결하려는, 결기 있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행장뿐만 아니라 지주 회장까지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