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신용불량자임에도 명예지점장 명함 뿌려… 금융거래 제한으로 타인 명의 빌려 대출 우리은행 전 임원 "우리은행, 1차 검사서 위법·금융사고 모를 리 없다"금감원 "전현직 경영진 등 제재 절차 검토‧착수… 보고 누락 귀책사유‧은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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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부정대출의 핵심 인물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처남이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등 금융거래 시 제한을 받는 신용불량자가 우리은행에서 차명거래를 통해 부당대출을 받고 명예지점장 행세까지 한 것이다. 

    또 우리은행이 부당대출 관련 1차 자체검사 시기에 사문서 위조 등 금융사고 발생을 인지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 수시검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난 6월 우리은행 수시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법률 위반 사안을 이미 살펴봤으며 현 경영진에 대한 제재 절차를 검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룡 겨눈 금감원 칼날… 깊어지는 은폐 정황

    우리은행과 경영진 등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금융사고 보고를 제때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심층적으로 조사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부당대출 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관이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계좌추적권과 검사권 등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한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부당대출에 관련된 직원을 고발할 정도면 중대한 사안으로 봤다는 의미”라며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보고 누락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중으로, 경영진 가운데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었는지를 따져 문제되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부당대출의 ‘은폐‧꼬리자르기’에 대해 의혹이 아닌 확신을 갖고 있다는 발언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부당대출이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한 취급여신 부실이어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금감원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안팎에서도 우리은행이 이번 사고 보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전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1차 검사 때 부당대출과 손 전 회장의 연관성을 비롯해 사문서 위조 등 불법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지 묻자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손 전 회장의 처남인 김 모씨는 지난 21일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실거래가 대비 매매계약서 상 매매가격을 부풀려 과잉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이런 계약 과정을 우리은행 지점과 본점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은행 본점에서도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임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승인해줬다는 의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임종룡 회장이 주장하듯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게 우리은행 안팎의 해석이다. 오히려 사후 검증 과정 부실과 내부통제 미흡, 이해상충 확인 누락 등 대출 관련 시스템의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 전 임원도 “우리은행이 1차 자체 검사를 통해 이미 퇴직한 임00 전 본부장을 면직하고 성과급까지 회수할 정도의 사안이면, 1차 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금융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관련한 해명자료에서 '당행은 1~3월 자체 검사를 통해, 임00 전 본부장의 징계조치 내용 등을 회장·은행장에게 보고했다(3월 18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1차 자체검사(1월~3월) 시기는 금감원이 관련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수시검사(6월~7월)를 나가기 전이기 때문에 만약 1차 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CEO(최고경영자)가 사고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면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금융사고 발생으로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정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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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처남, 신용불량자에 대출 브로커·사기 전과자… "부당대출, 드러난 금액보다 훨씬 클 것"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이야기는 우리은행 안팎에서 수 년전부터 흘러나왔던 얘기다. 

    우리은행 전 행장도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인지하고 이를 당시 손태승 회장에게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소문과 의혹을 여러 루트를 통해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또 다른 전 고위 임원은 이에 대해 “수 년전부터 손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소문이 여러 가지 있었다”면서 “처남이 대출 브로커로 과거 사기죄 혐의로 복역한 전과가 있다는 점, 처남이 부당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뒤를 봐 준 우리은행 직원이 승진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도는 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뿐 아니라 처남이 대출 브로커를 하면서 연관된 대출까지 합치면 부당대출 규모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 처남인 김 모씨는 신용불량자로 대출 등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자 아내와 아들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손 전 회장 처남은 신용불량자라 본인 명의 대출 실행 등 금융거래를 못했기 때문에 아내나 다른 사람 명의로 우리은행과 차명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우리은행 부당대출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616억원 상당의 대출을 해줬다. 이 중 350억원가량이 담보나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세웠는데도 심사를 통과하는 등 부적정하게 대출이 이뤄졌다. 

    실제로 김 모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법인들은 부인이 대표자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실질적 운영은 본인이 해왔다며 자신은 사업을 하며 190억가량의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모 처남은 도산 위기에 처한 서울 및 수도권 중소형 병원을 사들여 이른바 '페이닥터'를 고용해 정상화한 뒤 되파는 사업을 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직함을 적시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회장 친‧인척이 뒷배를 과시하며 다녔는데 은행이 이를 거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대출 과정과 사후 관리에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