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상품권·해피머니 집단조정 신청자 1만3000명 육박상품권 1999년 이후 감시 사각지대 … 관리·감독 강화 추진정치권도 관련 법안 발의 … "촘촘한 규율 체계 확립해야"
  • ▲ 티몬 사옥 ⓒ뉴데일리DB
    ▲ 티몬 사옥 ⓒ뉴데일리DB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지연 사태가 상품권 중단으로까지 번지면서 상품권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현행법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있어온 상품권 업체의 행위 규정을 강화하는 등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댄다.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9일 오전 상품권 발행 사업자, 플랫폼사, 사용처가 참석한 가운데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소비자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등을 위해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간담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상품권의 규모와 환불 요청 접수 건수, 자금 상황 등을 점검하는 한편, 정산 지연 상태에 따른 상품권 환불 등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업계의 애로 사항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상품권 판매업체의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 유예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소비자원에서 접수받고 있는 상품권 분야 집단 분쟁 조정에 대해 향후 분쟁 조정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티메프에서 구매한 상품권·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의 집단 분쟁 조정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는 총 1만297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티메프 상품권 구매자는 2426명이고,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자는 1만551명이다. 이는 역대 집단 분쟁 조정 참여 인원 중 역대 최다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7200여 명)와 지난 4월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5804명)에 이어 이달 초 모집한 티메프 여행 상품 피해 사건(9028명)의 집단 분쟁 조정 참여 인원을 모두 넘어섰다. 티메프 여행 상품 피해 집단 조정 신청자와 상품권 관련 집단 조정 참여자를 합하면 모두 2만2005명에 이른다.

    티몬과 위메프는 사태가 터지기 전 해피머니 상품권을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하는 등 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렸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자 상품권 사용이 하나둘 중단되기 시작하며 소비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금융당국은 다른 상품권 업체와 달리 해피머니는 지급 보증과 피해 보상 보험 계약을 가입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고 봤다. 전날 해피머니의 운영사 해피머니아이엔씨가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 ▲ 티메프 사태 피해자 모임 단체 소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티메프 사태 피해자 모임 단체 소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자상품권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5000억원 정도였던 판매액이 2021년에는 6조1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는 10조원을 넘었다.

    시장 성장과 달리 상품권은 현행법상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다.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을 정한 상품권법이 1999년 폐지된 이후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은 현금과 같은 효과가 있는 사실상 금융 상품인데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다음달부터 상품권 발행 업체에 대해 선불 충전금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법이 시행되지만, 발행 잔액 30억원,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 규제 대상이 된다.

    정부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적극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열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 회의에서 상품권 운용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품권 발행을 제한하고 방만한 판매금 운용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자거래법 대상이 아닌 지류 상품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신유형 상품권 표준 약관과 지류형 상품권 표준 약관 등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들을 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도 관련 법안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상품권 발행자 자격 요건, 금융위원회 의무 등록 등 내용이 담긴 상품권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

    지난 26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상품권 발행업자 책임 의무를 규정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상품권 유통질서 및 상품권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 의원이 발의한 상품권법은 상품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채무 지급 보증 계약을 의무화하고 지급 능력이 없음에도 상품권을 무리하게 발행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따라 연간 발행 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권 발행에 대한 신고, 유효 기간 등에 관한 검사 등 내용도 담겼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의 발생을 계기로 2023년 선불업 대상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했는데, 불과 1년 후 전자상거래업과 전자 지급 결제 대행업(PG)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라면서 "사고의 수습과 관련 대책도 중요하지만, 유사 사고의 예방을 위한 전방위적인 점검 및 촘촘한 규율 체계의 확립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