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간편·저렴한 요금, 알뜰폰 수혜 기대단말 한정·요금제 제한…활성화 의지 부족번호이동 통한 경쟁 촉진, 필요성 제기
  • ▲ 국내 이동통신 3사의 e심 요금제 ⓒ각 사
    ▲ 국내 이동통신 3사의 e심 요금제 ⓒ각 사
    저렴한 가격과 높은 활용성으로 유심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던 ‘e심’의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3사는 9월부로 e심 서비스를 도입한 지 2년을 맞았다. e심은 유심(USIM)과 같은 가입자 식별 모듈이지만, 스마트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형태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e심은 유심과 달리 QR코드를 활용해 온라인상 개통 과정이 간편하고, 다운로드 비용이 2750원으로 유심(7700원)에 비해 저렴하다. 유심을 함께 활용한 ‘듀얼심’을 적용해 휴대폰 한 대로 2개의 요금제를 사용, 복수의 통신사와 번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알뜰폰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메인 회선은 유심으로 기존 통신사를 활용하고, e심용으로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당시 알뜰폰 업계는 e심 도입에 맞춰 다운로드 비용을 무료로 지원하는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 때 기대와는 다르게 e심 활성화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통3사는 e심 관련 사용자 통계를 따로 내고 있지 않지만, 전체 가입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뜰폰 업계도 e심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e심 활성화가 미뤄지는 이유는 지원 단말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애플 아이폰 XS 시리즈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더블 4 시리즈·S23 시리즈 이후 모델이 e심을 지원한다. 2022년 이후에도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시리즈는 일부 기종만 e심이 탑재됐다.

    e심 개통이 중장년층에는 어렵다는 것도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e심을 사용하려면 요금제를 선택한 뒤 ▲단말일련번호(SN) ▲IMEI(스마트폰 고유 식별번호) 값 ▲e심 ID ▲모델 번호 등 단말 정보를 등록해야한다. 이후 QR코드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다운로드하는 식이다.

    이통3사의 월 8800원에 국한된 e심 요금제도 e심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유심은 사용하지 않고 e심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야 하는데, 듀얼심 사용자에 한정된 요금제만 내놨기 때문이다. 서비스 구성이 비슷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저해할뿐더러, e심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e심 생태계 활성화가 더디지만, 해외에서는 e심만을 지원하는 단말이 나오면서 대세로 굳어졌다. 아이폰 14 모델부터는 북미지역에서 유심 트레이를 삭제하며 e심 탑재 모델로만 유통 중이다. 주니퍼리서치는 e심 시장이 2027년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단말 수도 같은 기간 35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IoT(사물인터넷)와 커넥티드카 등 e심 적용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국내 이용자가 해외여행 중 e심을 이용한 로밍 방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SIM방식을 이용한 데이터 이용이 지난해 대비 4%p가량 증가했는데, 유심 교체 없이 편의성이 높은 e심 활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e심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e심 이용자는 번호이동이 상대적으로 간편해 통신사를 옮기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10.8%만 통신사를 변경했지만, e심 사용자는 37.7%가 통신사를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e심은 해외에서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만큼, 유심보다 높은 보안성과 편의성 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내 이동통신3사는 e심 활성화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