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320억… 전년비 70.9%↑88%가 재공품… 사전 주문 제작年매출 6500억 청신호… 모건스탠리도 '매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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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한미반도체의 재고자산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악성재고가 아닌 납품을 위해 현재 제조 중인 재공품이 증가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재공품의 납품이 매출에 반영되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미반도체의 실적 개선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상반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약 1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954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새 38.3%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 말 772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재고자산은 70.9%나 늘었다. 

    전체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도 작년 말 13.2%에서 올해 상반기 말 18.3%로 확대됐다. 작년 상반기 말 재고자산 구성비율이 12.4%였던 것과 비교하면 5.9%포인트(p)가 늘었다.

    통상 기업의 지나치게 많은 재고자산은 부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재고자산은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 중이거나 생산 중인 자산, 생산이나 용역제공에 사용될 자산을 말한다. 재고가 많다는 것은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보관비용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재고를 없애야 하는 만큼 향후 판매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미반도체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후공정은 고객사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제작하는 주문생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즉, 재고 상당수가 악성재고가 아닌 추후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말 한미반도체의 재고자산 1320억원 가운데 87.8%인 1158억원이 재공품이다. 재공품은 납품을 위해 현재 제조 중인 제품을 말한다.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재고자산 회전율도 올 상반기 1.65회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0.91회와 비교하면 큰 폭의 개선세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진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개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이를 제작하는 열압착 본더(TC Bonder)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고자산 급증은 하반기 매출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반도체는 앞서 올해 2월과 3월, 4월, 6월 등 네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주요 고객사의 HBM 생산 능력 증설 경쟁이 예고된 만큼 매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지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첨단 패키징 비중이 높은 장비업체들이 올해 하반기 경쟁사들보다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투자은행들이 한미반도체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기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HBM3·3E에서의 지속적인 우위, 강력한 TCB 수요 성장 전망, 마이크론에서의 점유율 확대 등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연간 매출액이 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008억원, 영업이익 84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5.6%, 영업이익은 535%증가한 수치다. 즉, 상반기 매출인 2000억원의 2배 가량이 하반기에 쏠린다는 의미다. 상반기 수주가 하반기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하반기는 반도체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되는 만큼 하반기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됐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북미 고객사향 TC본더가 6월부터 초도 물량 출하가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3분기 이후 매출 증가 가시성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고성능 AI 반도체와 HBM 시장의 성장과 동행해 중장기적으로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