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ASML' "기존 장비 보다 HBM 생산 두 배 더""내년 매출 1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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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인공지능)칩 시대 도래로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한미반도체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HBM 핵심 장비 공급을 통해 글로벌 소부장 업계의 '슈퍼 을'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ASML과 비견되고 있다. 세메스, 한화정밀기계 등 경쟁사들의 진입으로 향후 경쟁 구도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1위 수성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춤했던 한미반도체 주가는 다시 16만원선을 향해 가고 있으며 시가총액도 1조원가량 뛰었다.  

    이처럼 한미반도체가 시장에서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TC본더 장비 사업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며 독주 체제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이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BM은 적층 과정에서 D램을 열로 압착하는 ‘TC 본딩’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비가 TC본더다. 특히 한미반도체 장비는 기존 TC본더보다 HBM 생산량을 두 배 늘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주요 고객사는 SK하이닉스로 HBM 수요 확대로 본딩 장비도 주목받고 있다.  

    HBM 시장이 커지면서 한미반도체의 장비 공급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HBM용 3세대 하이퍼 모델 ‘듀얼 TC 본더 그리핀’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1499억19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부터 1012억원, 올해 1분기에는 1076억원의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로써 한미반도체 누적 수주액은 358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늘어나는 주문에 증설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천 본사 부지 내 6만6000㎡ 규모 5개 공장 중 3공장을 활용해 TC 본더 전용 공장인 '본더팩토리'를 구축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본사 인근 100억 규모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이번에 한미반도체가 취득한 곳은 본사와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곳으로 TC본더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목적이다. 

    TC본더 매출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TC 본더 장비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7.9%에 불과했지만 생산 확대와 장비 다각화로 올해 매출 비중은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한미반도체는 내년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수요 증가에 맞춰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생산능력은 월간 22대에서 35대로 늘어날 것이며 내년 매출 1조원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의 계획에 맞춰 한미반도체도 신규 장비를 출시해 수주를 따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3E, 2025년 HBM4, 2026년 HBM4E 등 차세대 HBM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진동 제어가 가능한 HBM용 듀얼 TC본더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한미반도체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쟁사들의 추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세메스, 한화정밀기계 등은 HBM용 TC본더 장비 개발 및 양산에 나서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세메스는 최근 HBM 열압착 TC(Thermal Compression) 본더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매출 2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 장비는 첨단 실리콘관통전극(TSV) 공법으로 제작된 반도체 칩을 웨이퍼에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본딩 과정에서 위치 정렬과 열, 압력 조정 등을 통해 높은 적층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정밀기계는 자체 개발한 TC 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정밀기계의 TC 본더가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라인으로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HBM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장비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