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전 마지막날 하루사이 주담대 1.6조 폭증쏟아지는 대출제한 조치에 공포심리 확산금감원 "매월 상환규모 내 신규대출 관리해야"가계대출 관리 압박… 은행권 대출 전면중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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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절벽 공포’가 확산하면서 8월 마지막날 하루 동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조6000억원 가까이 폭증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은행권이 각종 대출제한 조치를 쏟아내자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막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시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한 은행들은 이달부터 ‘대출중단’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 “대출 못받을라”… 발걸음 재촉하는 자금수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사이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조5881억원 급증했다. 같은 주 중 나머지 4일(26일~29일) 동안 일평균 1265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마지막날 예상치 못한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주담대 증가액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9115억원 증가했다. 이전까지 역대 월간 최대 증가폭이었던 올해 7월(7조5975억 원)보다 1조3140억원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일 주담대가 극단적으로 증가한 것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공포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에 계약했다면 9월에 대출이 나가도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9월부터 규제가 시행되기 때문보다는 전반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 분위기에 말일 수요가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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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대출 절반으로 줄여야"… 은행 대출중단 확산

    대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출문을 닫기 시작한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더 나아가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무주택자 외에는 아예 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연말까지 은행권의 대출중단 범위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한 은행에 대한 페널티 제도가 추가돼 은행들은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무조건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연초 보고한 경영계획을 초과해 가계대출을 내준 은행에 대해 내년 계획 수립 시 평균 DSR 관리 목표치를 더 낮게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한 대가로 내년 영업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연초 경영계획을 50% 넘게 웃돈 상황이다. 페널티를 면하려면 앞으로 매월 상환규모 대비 신규대출을 적게 관리해 대출 잔액을 순감소시켜야 한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택담보대출이 큰 은행들은 매월 상환 돌아오는 게 5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 된다”면서 사실상 월간 신규대출 한도도 제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관련 수치(예상 상환규모)를 금감원에 보고한 적은 없고 데이터를 뽑기도 너무 어렵다”면서 “당국에서 그 범위 내에서 관리하라고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담대의 경우 원금분할 대출만 있는 게 아니고 원리금분할 방식도 상당수가 있는데 원리금 중 갚아지는 원금이 총 얼마인지 뽑아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한 곳의 신규 주담대 취급 규모는 매월 2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당국의 기준에 맞추려면 신규 주담대 규모를 절반 넘게 줄여야 한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주담대 전면 중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