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정책으로 채권 발행 확대‧금리 상승‧고환율 지속 예상銀, 자금조달 비용 확대 우려… 은행채‧코픽스 상승시 대출금리 인상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자금 운용과 조달 면에서 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터라 연일 부산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리스크 대비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국내 은행의 자금관리부서 직원이 한 말이다. 

    국내 은행들은 자금시장 및 리스크 관리 부서를 중심으로 자금조달과 운용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업들의 신용평가를 앞당기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트럼프 2기 경제 정책들이 추진되면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국채 발행과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금리상승과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속에서 은행권의 자금조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2기 정권 출범으로 감세 정책 등이 실시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끌어올려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고, 채권금리도 오르면서 금융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를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연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금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카드사는 조달 비용이 오르고 은행들은 대출할 때 5년물 은행채나 코픽스가 오를 경우 대출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대출 부실과 은행 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기업 부진 등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어 기업들의 은행 대출 규모가 이전 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밸류업 추진을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환율 부담은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보유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위험자산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여신에 대한 조기 신용평가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WA(위험가중자산)/ROC(자본수익률) 개선을 위해 올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기업여신 중 연말기준 매출액 상승 등을 통해 재무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기 신용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기업 신용등급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관심기업으로 선정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기업 신용등급을 사전적으로 관리해 CET1 비율을 개선하고 ROC 관점에서도 자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관리하던 위험자산 관리를 영업점 단위에서 세밀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외화표시 자산을 줄이고 원화담보대출을 늘리는 식의 위험자산 ‘리밸런싱’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 경영진이 RWA 관리회의를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환율 변동성과 자본비율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