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FPGA 자회사 '알테라' 매물로30조~40조 확보 기대적자 누적 키옥시아, 상장 재추진투자금 절실한 솔리다임도 IPO 채비실탄 두둑한 삼성-SK '관망'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AI(인공지능)로 패권 경쟁이 심화된 반도체 시장에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쟁에서 뒤쳐진 곳은 사업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모집에 나선 반면 메모리 호황으로 실탄이 두둑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계 빅딜을 주도할 투자자로 주목받는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반도체 시장에 사업 매각과 IPO를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선 기업들이 다수 대기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반도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곳은 인텔의 자회사 알테라(Altera)다. 알테라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인 FPGA 설계 전문 기업으로 인텔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난 2015년 인수한 기업이다. 인텔이 경쟁사인 AMD를 견제하기 위해 당시 몸값 167억 달러(약 22조 원)를 주고 통큰 인수에 나섰던터라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추진 사실에 놀라는 분위기다.

    그만큼 인텔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텔은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공개하며 위기 상태임을 보여줬는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자회사를 포함한 자산 매각 등 전방위적 재무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알테라도 매각 대신 IPO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인텔이 결과적으로 매각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업체인 마벨 테크놀로지가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알테라 매각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텔이 수십조 원의 매각 대금으로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이 알테라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 회사인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매각까지 거론하긴 했지만 이는 추진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2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은 까닭이다. 미국 정부가 IFS의 사정을 감안해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선 지난 낸드플래시 시장 불황을 버텨낸 키옥시아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키옥시아는 오는 10월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하고 상장을 통해 수조 원의 자금이 새롭게 유입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서도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 매각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자금을 마련할 구석 찾기에 바빴다. 지난해까지 극심했던 낸드시장 불황 여파로 지난해 적자가 3조 원을 넘어서며 누적 적자 규모가 수조원에 달한다. 올해는 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며 전년보단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잇딴 적자로 외부 조달이 시급했던 상황이다.

    키옥시아는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내년 가동 예정인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낸드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실탄 부족으로 제대로 기술과 설비에 투자하지 못했던 키옥시아 입장에선 경쟁력이 딸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를 대규모 투자로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기업 솔리다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솔리다임이 SK에 인수됨과 동시에 극심한 업황 악화로 고전했는데, 최근 주력으로 삼고 있는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 전환하면서 기회를 맞은 상태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선 신속하고 확실한 투자가 필수고 결국은 자금 마련 방안이 최대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솔리다임도 키옥시아와 마찬가지로 IPO라는 자금 조달 창구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도 지난 몇 년 간의 실적 악화로 누적 적자가 수조 원 규모 쌓인 상황이지만 올해부터 본격화된 낸드시장 활황에 실적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반도체 시장 다운턴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과 달리 메모리 시장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를 빠르게 극복하고 호황기를 맞아 두둑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반도체 M&A 시장에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100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라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잠재 후보다. 실제로 인텔이 내놓은 알테라에 삼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키옥시아 주요 주주인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으로 4조 원 규모의 현금을 회수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자회사인 솔리다임 상장까지 성공하면 추가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회수한 자금으로 새로운 딜에 나설 여력도 충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