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9거래일간 3조3천억원 순매도…거세지는 '팔자'세투자자 예탁금·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감소세경기침체 공포·금투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투심 위축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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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재점화된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도 가라앉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지난달 중순 들어 뚜렷히 꺾인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9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전 최대치가 2004년 상반기 12조240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5월(-9540억원)을 제외하고 1월 2조9520억원, 2월 8조2410억원, 3월 5조1100억원, 4월 2조4110억원, 6월 5조2360억원 등으로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매도세가 확대되기 시작한 7월부터 순매수액은 1조715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더니 8월 중순부터는 이탈세가 급격하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9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이들은 3조341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순매도세는 '인공지능(AI) 거품론' 우려가 불거진 반도체 종목들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조9453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1조363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도 가라앉은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 주변 자금은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4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 59조4876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지 약 한 달 만에 8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겨 놓은 일종의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 3일 기준 84조5186억원으로 지난 23일 88조1608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줄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3일 기준 17조8289억원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달 5일(19조2941억원)보다 1조4652억원 감소했다.

    외국인을 비롯해 개인투자자들까지 투심이 위축되는 건 비우호적인 대내외적 환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공포감 등 미국발 악재에 더해 금융투자소득세 등 대내 불확실성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증시가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9월에 진입한데다 미국 대선 영향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불확실성에다가 최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주식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대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답답한 흐름을 지속하는 점도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8월초 '블랙먼데이'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한 주요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2600선 박스권만 맴돌았다. 급기야 8월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에 머물었다.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뚫던 와중에도 코스피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더니 폭락장 이후엔 회복력마저 더딘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발표를 앞둔 경제지표의 방향성에 따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에는 8월 민간고용 보고서와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6일에는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지표와 실업률 등 줄줄이 발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실업률 지표 등이 공개되기 전까지 불안감과 경계심리가 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