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등 군의관 파견 실패 배후진료 부재, 응급체계 붕괴의 원인"응급 수술할 의사가 없다" … 외과계 지원책 절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일 벌어지는 가운데 땜질식 대책으로 군의관 파견 조치가 있었지만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응급실 과부화는 심화하고 중환자 대응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골든타임 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6일 다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및 중환자실 교수 등에 따르면 응급실 연쇄 셧다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 부재와 의료진 번 아웃 때문이다. 인력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각 병원의 특성과 상황, 개인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군의관 파견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당직 문제가 심각한 이대목동병원에 3명의 군의관이 배치돼 출근했으나 당사자들은 정작 어떤 근무를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필수과 전문의들이었으나 근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복귀했다. 

    세종충남대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갖춘 군의관 2명이 배정됐으나 진료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복귀가 검토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주요 응급실에 군의관 파견이 이뤄지고 있으나 당장 환자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권역응급센터 소속 교수는 "단순히 인력만 배치해준다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행정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 응급실→ 중환자실 문제 확산 … 배후진료 확보 시급  

    응급실 뺑뺑이를 막는 것은 배후진료 의료진 확보에 달렸다. 이 문제까지 동시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모든 대책은 공염불이 된다는 우려다. 외과계 의사들은 이미 의료대란 이전에도 부족했고 사태가 지속되자 중환자실, 수술방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최근 상급종합병원 27곳과 종합병원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정사태 이전과 이후 중환자실 인력 현황은 ▲전문의 2.13→2.39명 ▲전임의 1.99→2.05명 ▲전공의 2.72→0.28명 ▲인턴 1.55→0.22명이 됐다. 

    중환자 전담전문의는 전체 146명 중 17명이 사직했고, 근무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이 빠진 곳에서는 응급실에서 이어지는 시급한 환자를 돌볼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응급의료 체계를 제대로 잡고 최종 치료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응급 수술과 응급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종 치료과, 특히 외과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라고 연일 토론회 등에서 강조했다. 

    그는 "응급의료에서 외과계의 역할이 큰 만큼 정규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보지 않고 응급만 전담하는 팀을 따로 두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빅5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는 교수진과 수술방이 많지만 소위 돈 되는 분야에 몰렸고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부족하다. 당연히 지방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다수의 필수과 교수들은 "응급실 붕괴는 서막에 불과하고 중환자실과 수술방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난이도는 높으나 저수가로 버티면서 환자를 살리는 영역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