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10년 만에 18.5%↑ 송추법 시행령 개정안 예고작년 1435억 지원 … 연간 265억원 증가, 1700억으로 총부채 200조 한전, 재정 부담↑ … 전기요금 인상 必
  • ▲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
    ▲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
    해마다 송전탑이나 송전선, 변전소와 같은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에 수천억 원이 넘는 지원금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내놓았다. 설립을 위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적자 상태인 한국전력(한전)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금 규모를 10년 만에 처음으로 18.5% 올린다는 내용의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산업부는 시행령 개정안의 이유에 대해 "2014년 1월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의 보상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원금 단가가 고정되어 있어 지원금 현실화 요구가 증가했다"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지원 단가를 현실화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2014년 송주법을 제정해 송·변전 시설로 인한 주거·경관상의 영향에 대한 보상으로 주택 매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인프라지만, 설치 시 사고 위험이 재산권 하락의 여지가 있어 이 같은 지원으로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송전선로의 경우 전압에 따라 345㎸(킬로볼트)는 현행 1㎞(킬로미터)당 지원금이 9100원이었지만 1만784원으로 인상했다. 500㎸ 송전선로는 현행 2만 원에서 2만3700원으로, 765㎸는 현행 3만6천 원에서 4만2660원으로 올렸다. 변전소 인근 주민에게는 현행 MVA(메가볼트암페어)당 11만9600원에서 14만1726원으로 지원금을 더 주기로 했다.

    특히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인상하는 이유는 최근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전기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인해 신규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이며, 총 필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메가와트(MW)다. 이는 2022년 12월 기준 최대 전력(9만4509MW)의 52%에 육박한다.

    전력 사용량 증가세는 데이터로 입증된다. 1987년에는 국내 최대 전력이 10기가와트(GW)에 불과했지만, 2007년 7월 최대 전력은 약 58GW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16년 만인 2023년에는 두 배 수준인 100GW로 증가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지로 실어 나르는 전력망 등 인프라 확장 속도는 더디다는 점이다. 전자파 등을 문제 삼아 송·변전 시설 건설을 꺼리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3년 10년간 송전 설비는 약 14% 증가했지만, 이 기간 발전 설비는 약 69%(8만1806→13만8018MW) 증가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전력망 건설이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따라서 전력망 건설은 어떤 이유로도 더 이상 지연되거나 좌초될 수 없다"면서 "전자파 걱정은 극히 일부 세력의 흑색선전과 악의적 주장에 불과한 괴담일 뿐 결코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한전의 재정적 부담이다. 지원금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분담하는데, 70~80%를 한전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전에 따르면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지원금은 2019년 1394억원, 2020년 1405억원, 2021년 1422억원, 2022년 1426억원, 2023년 1435억원 등이다. 이번에 단가가 인상되면서 연간 약 265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전의 상태는 악화일로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에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연결 기준으로 4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부채비율은 2020년 133%에서 2023년 543%까지 불어났다. 2023년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3조원으로, 이 기간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원을 썼다.

    김 사장은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전은 2022년 3분기 이후 9분기째 연료비 조정 단가를 동결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2023년 11월(㎾h당 10.6원) 이후 더는 올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은 한전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시각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연결 기준 실적 개선에도 별도 기준 실적은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 평가하며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별도 기준 실적 및 재무 구조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향후 대규모 송전망 투자를 위한 설비 투자비 마련과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