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원석 교수팀 "손실되는 해안 토지 복원·유지에 진흙이 숨은 열쇠"

연세대학교는 지구시스템과학과 김원석 교수 연구팀이 삼각주 해안의 형성과 보존에 있어 진흙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라푸쉬(Lafourche) 삼각주'로 알려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고(古) 삼각주 지역에서 얻은 자료 분석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이 지역은 약 1000년 동안 연간 6㎢의 속도로 지속해서 성장해 왔지만, 성장의 메커니즘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국제 선박 운송의 중심지인 미 걸프 해안의 루이지애나주는 해안 침식과 해수면 상승으로 말미암아 심각한 토지 손실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시시피강이 멕시코만과 만나는 루이지애나 삼각주는 지난 5000년 동안 모래, 진흙 등 퇴적물에 의해 형성됐지만, 매년 45㎢에 달하는 토지가 유실되고 있다. 시간당 축구장 1개 크기 정도의 토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100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석유·가스 개발로 인한 지반 침하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바다로 빠져나가는 미시시피강의 퇴적물을 루이지애나 해안으로 돌리는 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기존 계획에는 진흙이 해안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강에서 운반된 진흙이 삼각주에 지속해서 쌓일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해 토지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야 더 정확한 해안선 보존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민식 연구원(박사과정·제1저자)은 "미시시피강은 해안으로 다량의 진흙을 운반한다. 강이 운반하는 퇴적물의 80%쯤이 진흙이다. 미시시피 삼각주 지역의 대부분은 이 진흙으로 이뤄져 있다"며 "진흙은 토지 손실을 상쇄하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해안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존 시뮬레이션에서 종종 단순화돼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삼각주가 성장하면서 바다로 흘러가던 진흙이 점진적으로 삼각주에 쌓여 더 오랜 기간 삼각주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루이지애나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삼각주 해안의 복원에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흙은 모래보다 입자가 작아 해류에 쉽게 흩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포집하고 유지하는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리즈 체임벌린 네덜란드 바게닝겐대 교수는 "루이지애나 해안의 일부 지역이 오랜 기간 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미스터리였다"며 "진흙이 오늘날 루이지애나의 모든 토지 손실을 상쇄할 순 없겠지만, 건강한 해안을 형성·유지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논문(Enhanced mud retention as an autogenic mechanism for sustained delta growth: Insight from records of the Lafourche subdelta of the Mississippi River)은 국제학술지 '퇴적학(Sedimentology)'에 지난달 30일 실렸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인력양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