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도미노 강등 악몽 재현되나… 이달 등급변동 벌써 3개사페퍼저축은행 '투기등급' 하락 직전 자발적 등급 취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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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신용등급 도미노 강등 사태를 맞았던 저축은행들이 또다시 크레딧 위기에 처했다. 저조한 실적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정리의 본격 추진이 자산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탓이다.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예가람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이 이달 하향됐다. 페퍼저축은행의 등급은 발행사 요청으로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날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예가람저축은행의 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 ▲ 예가람저축은행 주요 자산건전성 지표.ⓒNICE신용평가
    ▲ 예가람저축은행 주요 자산건전성 지표.ⓒNICE신용평가
    원인은 부동산 PF다. 나신평은 "강화된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와 부실 사업장 매각 과정에서 대손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KB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은 'A'를 유지했다.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대손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게 된 예가람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추가 악화 시 등급 강등 위기에 처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의 경우는 'BBB-(부정적)'이었던 신용등급이 지난 6일 공시 취소 돼 등급 미보유사가 됐다. 나신평은 페퍼저축은행의 요청에 따른 등급 취소라고 밝혔다.

    한 단계 더 하향 시 투기등급(BB+)으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상태의 등급을 보유한 페퍼저축은행이 추가 하락 부담을 느껴 자진 등급 취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채를 발행하지 않는 저축은행이 신평사에 등급 평정을 의뢰하는 것은 'BBB'급 이상만 유지하면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은 순손실 643억원을 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07%, 19.15%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2%p(포인트), 11.82%p 급증했다.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 8.36%,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 11.52%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신용등급을 보유한 자산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를 넘는 곳은 3개사로 OK저축은행(11.99%), 웰컴저축은행(13.02%), OSB저축은행(14.18%)이다. 중소형사까지 더하면 15곳의 저축은행이 11%를 상회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등급 조정은 하반기 추가 줄강등의 신호탄일 뿐이란 해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권이 상반기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1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6개월 내 경공매 등을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등 재구조화·정리 계획 이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에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