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2000억 후순위채 수요예측 '완판'… '빅컷' 효과우리금융 인수 대상에 신용등급 전망 상향 일궈낮은 킥스 비율 제고 시급… M&A 전 자본확충에 우리금융도 '긍정'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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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그룹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ABL생명이 후순위채권 수요예측 '완판'에 성공했다. 아직 M&A(인수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우리금융과 ABL생명은 이번 조달 관련 논의를 거쳤고 우리금융이 긍정적 입장을 취했다는 후문이다. 

    ABL생명의 자본 건전성 개선에 따라 차후 우리금융의 자금 수혈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가 관건이다.

    ◇ABL생명 '미매각'서 '완판'으로 반전… '빅컷'·우리금융 M&A 수혜 톡톡

    23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오는 30일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2230억원을 확보해 목표액을 무난히 채웠다. 당초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던 ABL생명은 주관사단과 증액 여부를 논의 중이다.

    지난해 3월 7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해 미매각 사태를 맞았던 때와 반전된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p 인하)' 단행 직후 회사채 시장을 찾은 타이밍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ABL생명은 지난 3월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으나 시점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예견됐던 만큼 최적의 시기를 기다려온 것이다.

    우리금융이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패키지 인수에 나선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ABL·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 우리금융이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직후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ABL생명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시 계열 지원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반영했다.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월 지급식 채권' 형식을 채택한 점도 투자가들의 인기를 끌었다. 후순위채는 통상적으로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ABL생명이 이번에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계획대로 2000억원 발행 시 연간 100억원 대의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3000억원까지 증액해 발행할 경우 연간 약 180억원의 이자 부담이 생긴다. 지난해 ABL생명의 순이익(799억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업계 기준 낮은 킥스 비율 발목… 인수 후 우리금융 추가 자금투입 부담도

    이자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자본 확충에 나선 까닭은 역시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제고다. ABL생명의 6월 말 잠정 킥스 비율은 144.5%로 감독 당국의 기준치인 150%를 조금 밑돈다.

    현재 적용 받고 있는 경과조치를 효과를 제외하면 회사의 킥스 비율은 100% 안팎으로 떨어진다. 보험업법 상 기준치에 불과하다. 업계 대부분의 보험사가 100% 이상은 물론 150% 이상을 만족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번 발행에서 최고 증액 가능 범위인 3000억원 발행에 성공하면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이 약 175%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과 동양생명이 일제히 채권 발행에 나섰는데 우리금융 인수 대상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올라 금리 절감, 투자자 유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금융 측에서도 인수 대상이 자본 확충을 해 놓는다면 자금 투입 부담이 덜어져 긍정적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와 M&A 업계에서는 자본 적정성이 떨어지는 ABL생명 인수 시 우리금융이 인수 대금 외에도 추가 자금 수혈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우리금융과 ABL생명 간에 사전 교감과 긍정적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적인 새 대주주는 아니지만 자본 확충 등에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