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중동법인 설립, 거대언어모델 구축 협력기술 경쟁력 입증, 미-중 관계 불똥도 영향‘700조’ 네옴시티 눈앞, 빅테크 어깨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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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전환과 AI 파트너로 낙점됐다. 소버린AI 전략을 발판 삼아 중동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연내 사우디에 중동지역 총괄 법인 가칭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한다. 현지 법인은 사우디 정부가 주관하는 첨단 사업을 수주할 기회를 얻게될 전망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중동 거점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사우디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 정책 프로그램 ‘RHQ’에 참여한다. 정책에 따르면 중동에 지역본부를 설립하지 않은 기업은 발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는 배타성을 지녔다. 대신 라이센스를 취득한 기업은 법인세 면제와 경제특구 입주자격 부여 등 혜택을 받는 형태다.

    중동 법인 설립을 통해 그동안 네이버가 추진해 온 디지털 트윈에 더해 소버린 AI 구축으로 이어지며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와 1억 달러(약 1350억원) 규모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계약을 맺었다.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실제와 같은 가상 세계를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사우디는 AI 분야에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AI 분야에 총 400억 달러(약 5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빅테크들이 사우디에 집결하는 모습이다.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이 10일 개최한 ‘글로벌 AI 서밋 2024’에는 MS와 구글, 엔비디아를 비롯해 IBM과 퀄컴 등 AI 빅테크들이 모여 수주 기회를 모색했다.

    사우디의 AI 구상은 디지털트윈 구축 사업 외에도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등 인프라와 클라우드, LLM 등 소프트웨어 부문까지 AI의 모든 요소를 총괄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는 2030년까지 AI가 사우디 경제에 GDP의 12% 수준인 1350억 달러 규모로 기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네이버도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해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아랍어를 기반으로 한 거대언어모델(LLM)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랍어 LLM뿐만 아니라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로봇 등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최수연 대표 등 경영진이 총출동했다는 점은 네이버가 중동에 거는 기대를 방증한다.

    사우디가 AI 파트너로 네이버를 낙점한 것은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며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AI 패권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 등 중동 일부 국가에도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승인을 미루는 등 견제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술력은 물론, ‘소버린 AI’ 전략도 일조한 모습이다. 소버린 AI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자체 인프라로 구축한 주권 개념의 AI를 의미한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도 AI 주권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자체 LLM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네이버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트윈에서 소버린AI로 협력 수준을 높이면서 사우디 대규모 국책사업이자 미래형 AI도시인 ‘네옴시티’ 수주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네옴시티는 공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64조원)에 달하며, 기반 시설 구축 사업 규모만 수조원 단위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빅테크에 견줄만한 경쟁력과 입지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 콘텐츠가 아닌 IT 플랫폼으로 ‘수출 1호’를 달성한 이후 AI로 저변을 넓히며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중동을 발판 삼은 글로벌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을 비롯한 AI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