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칸 라이언즈 코리아 주최 ‘칸 라이언즈 서울’칸 라이언즈 2024, 헬스 & 웰니스 부문 골드 수상자 세션
  • ▲ 하오 승 레오버넷 대만 CD. ©정상윤 기자
    ▲ 하오 승 레오버넷 대만 CD. ©정상윤 기자
    “전통과 싸우기보다 기존의 전통을 활용해 솔루션을 만들라”

    25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막을 올린 '칸 라이언즈 서울 2024'의 첫 날 세미나 무대에는 올해 칸 라이언즈 헬스&웰니스(Health & Wellness) 부문 골드 수상자인 하오 승(Hao Tseng) 레오버넷 대만 CD(Creative Director)가 연사로 섰다. 

    하오 승 CD는 대만에서 최연소로 칸 라이언즈를 수상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하오 승 CD는 '인간의 심장에서 종이 심장으로(From Human Heart to Paper Heart)'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지난 해 진행했던 2건의 장기 기증 프로젝트들을 통해 배운 점들을 공유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선 현실에서의 경험이 강력한 이야기의 기반이 된다면서 "몇 년 제 지인이자, 저희 팀원의 친구가 사망해 장례식에 갔다. 분위기가 안 좋고 친인척간 싸움이 나서 이유를 물었다”며 “친구가 장기 기증을 한 것에 대해 친인척들이 화가 나 친구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오 승 CD는 대만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해 문화적인 반감과 함께, 절차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는 전통적으로 사후 세상을 믿어왔기 때문에 기성 세대는 몸이 훼손되면 저승에 갈 수 없다는 믿음을 갖는다"면서 "본인이 장기 기증 서약을 했다 해도, 죽은 후 친인척이 이에 대한 동의를 해야 장기 기증 절차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반감과 갈등을 목도한 후 그는 해법을 고민하게 됐다.

    하오 승 CD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전통과 싸우기보다 기존의 전통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에서는 고인에게 저승에서 쓰라고 종이로 만든 돈, 집 등을 태워 공양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관행에 착안해 장기도 종이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이디어가 나온 후 적절한 종이 장기를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2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첫 눈에 장기 모양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고 태울 수 있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종이 장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상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와 클라이언트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1주일만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생겨났다. 대만에 33여개의 병원 중 11개의 병원들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일이 진척되자, 하오 승 CD는 "상사에게는 이미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들고 가서 설득을 했다. 일단 질러 놓고 사람들에게 동참하게 하는 것이 일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종이 장기를 활용한 장기 기증 프로젝트는 병원과 협업해서 이뤄졌다. 병원들을 순회하며 종이 장기 전시회를 열었고, 장기 기증자 가족들에게 종이 장기 작품을 선물했다. 그리고 제품으로 만들어 장례식 물품샵에서 판매했다. 그 결과 종이 장기 프로젝트는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해 그는 종이 장기 프로젝트 뿐 아니라 '내 마지막 바람(Hear My Last Wish)'이라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장기 기증 의향을 가진 사람들의 유언을 미리 녹음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장기 기증자들이 불시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 친인척들이 유언을 들을 수 있게 한 프로젝트다.
  • ▲ 하오 승 레오버넷 대만 CD. ©정상윤 기자
    ▲ 하오 승 레오버넷 대만 CD. ©정상윤 기자
    하오 승 CD는 "사후 36시간이 장기 기증에 있어 골든 타임인데, 이 시간 동안 가족들이 장기 기증을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솔루션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기 기증에 대한 프로젝트 두 개를 한 해에 같이 진행한 이유에 대해 "장기 기증 프로젝트를 해 볼 수 있는 처음이자 유일한 기회가 될 것 같아서 하나를 더 하게 됐다"며 "그리고 최전방의 의사들, 그리고 장기 기증자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힘을 얻어 조금 더, 조금 더 해보자 하다 보니 최선을 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 1954년부터 매년 6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다. 올해 29회째를 맞는 '칸 라이언즈 서울 2024' 행사는 칸 라이언즈의 인사이트를 만나볼 수 있는 '라이언즈 인사이트(Lions Insight)'와 지속가능성·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휴머니티(Humanity), AI·테크·이노베이션, 유머·컬래버레이션 등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는 2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