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불서 간행의 특징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한국불교문화포털서 1만7500여컷 디지털 이미지 공개삼성문화재단 후원
  • ▲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인천안목(1529년 송광사).ⓒ동국대
    ▲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인천안목(1529년 송광사).ⓒ동국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은 지난달 말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송광사가 보유한 조선시대 간행 목판과 중요 복장전적 등 희귀자료를 한국불교문화포털을 통해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아카이브 사업은 지난 5월 입적한 승보종찰 송광사 방장 남은당 현봉스님의 원력으로 시작했다. 송광사성보박물관이 ▲조선시대 목판 70종 ▲2015년에 인출된 인경본 60종 ▲중요 전적 30점을 제공했고, 삼성문화재단이 1만7500여 컷에 이르는 고해상도 디지털 촬영을 후원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국내 사찰과 기관이 소장한 불교 고문헌을 조사·촬영하는 사업을 벌여 이를 아카이브 서비스로 제공해 왔다. 이번 송광사 사업을 통해선 조선시대 사찰에서 간행한 불서 목판을 처음으로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특히 목판 이미지를 반대로 뒤집어 경전의 원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인경한 촬영 이미지를 함께 제공해 목판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송광사 소장 목판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재질도 우수해 조선시대 사찰의 목판 인쇄술을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 ▲ '묘법연화경찬술' 권1 권미제면 (1095년 고려국 대흥왕사):송광사 전래본.ⓒ동국대
    ▲ '묘법연화경찬술' 권1 권미제면 (1095년 고려국 대흥왕사):송광사 전래본.ⓒ동국대
    송광사 목판은 주로 16~17세기 판각된 불서로, 70종 3900여 판이 현전한다. 조선 후기 불서 간행의 특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내용별로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의 저술 ▲간화선 관련 선(禪) 전적 ▲강원 이력과목과 한자학습 등 승려 교육 전적 ▲정토·관음·지장 신앙서와 불교의례서 ▲부휴 선수(1543~1615)를 비롯한 부휴계 적전(嫡傳)의 시문집 등이 있다. 이 중 1529년 제작된 '인천안목' 등 6종 2491판은 2016년 보물로 지정됐다.

    송광사 중요 전적 30점은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주도한 고려 교장(敎藏, 경·율·론 한역대장경에 대한 동아시아 학승들의 주석서와 찬술서 집대성본) 전래본 5점을 비롯한 복장전적들로, 이들 대부분은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 전기 간경도감에서 중수(重修)한 고려 교장본과 전라도 광주목에서 고려 교장을 새로 판각한 조조본(雕造本) 등이 주목된다. 이 자료들은 국내외 유일본 또는 희귀판본으로, 서지학적 가치는 물론 동아시아 고승들의 문헌과 사상을 연구할 수 있는 불교학 자료로써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송광사는 16세기 말 정유재란과 1842년 대화재, 1950년대 전후 여순 항쟁과 한국전쟁으로 여러 차례 전소됐으나, 조선시대 전래 불서와 목판 대부분은 온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 공개한 송광사 자료는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kabc.dongguk.edu)와 한국불교문화포털(buddhaland.dongguk.edu)의 '한국사찰 기록유산 컬렉션'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한국불교문화포털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동국대
    ▲ 한국불교문화포털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동국대
    한편 삼성문화재단은 불교문화유산 보존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1996년엔 해인사 고려대장경연구소, 삼성전자와 함께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팔만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팔만대장경의 총 글자 수가 5280만여 자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고려대장경연구소가 1999년 말 인터넷에서 팔만대장경 원문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했고, 2012년부터는 동국대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에서도 이 자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 ▲ 동국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윤재웅 총장.ⓒ동국대
    ▲ 동국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윤재웅 총장.ⓒ동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