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산업기술 유출 방치 위한 법안 잇달아 발의상반기 해외 기술유출 12건 적발 … 국가핵심기술 6건·중국 최다삼성전자 핵심기술 中 빼돌려 …국 내 기업 2곳 중 1곳 "형사처벌 강화해야"
  • 국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이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국가 핵심 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6월11일부터 9월11일까지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법안이 총 8개 발의됐다.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유출을 방지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산업기술 침해 행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배상액의 상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은 국가 핵심 기술 또는 산업 기술의 유출·침해 행위 금지와 관련된 벌칙 규정을 두고 있으나, 위반 행위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가 핵심 기술 대상 기관에 대한 불법 해외 인수·합병이 있을 경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중지·금지·원상 회복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이렇다보니 연도별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21년 89건, 2022년 104건, 2023년 149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동기 대비 전체 기술 유출 건수는 50건에서 47건으로 줄었으나, 해외 기술 유출 건수는 8건에서 12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건에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0.1%(9건), 2022년 11.5%(12건), 지난해 14.7%(22건), 올 상반기 25.5%(12건)로 상승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한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과 수석연구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0나노 D램 반도체 기술 공정도 7000여개를 중국 '청두가오전' 기업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4조30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기술 유출은 국가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임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대법원 사범 연감에 따르면, 10년간(2013~2022년) 산업기술 보호법 위반 재판 건수는 188건이었고, 이 중 1심이 선고된 사건은 141건에 불과했다.

    국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산업계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허청이 발표한 2023년 지식재산 보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업 비밀 침해·유출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책 수요로 영업 비밀 유출 범죄의 형사 처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46.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인 27.1%보다 두 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산업 기술을 유출하는 범죄가 지능화·다양화되면서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권준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기술 정책단 정책기획실 연구원은 "지속적인 기업 영업 비밀 누설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그 부작용으로 중요 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경제 안보를 위한 중요 기술의 연구 개발 성과가 사회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민·관 대화를 진행하며 관계 부처 간 공통된 기준과 대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