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급률 2025년 70%"美 규제에 적극 대응對中 수출 연 50兆 … 韓, 정교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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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자국 기업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을 사용하라고 연일 압박에 나서는 등 반도체 기술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인데, AI칩 필수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화웨이와 캄브리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자국 AI칩을 사용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화웨이 등에서 개발한 제품을 우선 도입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으며, 앞서 블룸버그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 등도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대신 중국 공급업체 구매를 늘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도 함께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2015년 미국이 중국 칭화유니의 마이크론 인수·합병을 불허하며 시작된 양국간 반도체 전쟁은 10년간 이어지고 있다. 화웨이 미국 반도체 공급 제한 행정명령, SMIC 블랙리스트 지정,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 나날이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10년간 3차 펀드를 통해 투입된 금액만 120조원이 넘는다. 

    중국은 당초 10~30%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불가능해 보였던 해당 목표는 빠르게 현실화돼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쓸 만한 반도체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화웨이는 지난달 새 반도체 ‘어센드 910C’의 하드웨어 테스트 및 구성을 위해 중국 대형 서버회사들에 샘플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910C는 엔비디아의 중국향 칩인 H20와 경쟁할만한 성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초기 주문량이 약 7만개, 2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CXMT가 2세대 HBM 생산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당초 일정이었던 2026년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양산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중국이 HBM 등 반도체 자급자족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수출 감소로 인한 관련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의 비중만 36.6%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361억달러(한화 약 49조9300억원)로 미국, 유럽, 일본의 수출액을 합친 것보다 네 배가량 더 많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 감소에 따른 여파도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중국 겨냥 제품인 H20에 4세대 HBM3를 공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고객사들 상당수가 자국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일례로 화웨이는 현지 파운드리 업체 우한신신과 손잡고 HBM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패키징 업체 통푸마이크로와 장쑤창장일렉트로닉스(JCET)도 화웨이의 HBM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초격차 반도체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상황은 여의치않다. 전날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내 반도체 산업에 8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중국 등 해외에 달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은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중국 반도체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