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합병비율 조정 가닥1대 0.031 → 1대 0.04 유력주주 불만 희석·금감원 요구 수용"단기이익 아닌 그룹 미래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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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사업 지배구조 재편을 재추진한다. 자본시장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희석하고자 신설 법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두산밥캣 지분과 관련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내용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앞서 제시한 합병 비율로 인해 두산밥캣 저평가 논란이 제기된 만큼 신설법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산그룹은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포괄적주식교환 방법으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고, 대주주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권이 강화된다는 논란이 일며 지난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적자를 지속하는 두산로보틱스와 1조원 이상 흑자를 내는 알짜회사 두산밥캣의 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놨다. 

    최근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 지분 1%를 확보하고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내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미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원전 주기기 제조 등을 영위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차입금 감소 효과 등으로 7000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 중이다. 두산로보틱스도 두산밥캣을 품으면서 두산밥캣의 북미 시장 영업망 등을 활용하면 사업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을 기존 1대0.031에서 약 30%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현재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합병 시 받을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주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밥캣을 로보틱스에 넘기는 대신 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이 받는 로보틱스 주식을 당초보다 크게 늘려 주주에게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다시 산정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3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익을 올린 밥캣의 모회사가 되는 신설 법인의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되면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면서 “에너빌리티 성장에 따른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단기 이익이 아닌 그룹의 미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