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통'으로 함몰된 의정 갈등의 말로환자들의 죽음만 쌓이는 구조답 없는 대치, 대화만이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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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喪主)의 눈물은 분노였다. 트럭을 몰고 가 모친을 외면한 병원을 들이박는 상상을 했고 이내 꿈으로 투영됐다. 그러나 울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정심을 찾기로 다짐했단다. 다시 흘리는 눈물은 지워지지 않은 상처 때문이었다. 

    의사의 부재는 생명을 잃게 한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쫓겨나듯 병원을 옮겼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공허하게 존재는 소멸했다. 기사가 보도됐고 조사도 이뤄졌지만 결론은 없었다. 덩그러니 사과만 받고 끝냈다. 
     
    수많은 생명이 갈 곳을 못 찾고 방황하고 있다. 작년엔 치료할 수 있었어도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다수는 '어떤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 어렵다. 그대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전에, 백년대계를 논하기 전에 봉합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대화가 있어야 한다. 불통이어도 자리를 마주하는 편이 낫다. 조건을 붙이거나 피하기만 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료계 집단은 서울의대 비상대위원회가 유일하다. 이들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펴낸 '숙론(熟論)'에서 힌트를 얻었다. '누가 옳으냐가 아닌 무엇이 옳은가, 싸워 이기기보다 모두를 위한 최선 찾기'를 표방하며 대통령실과 대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 1차 토론을 진행했고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꼬투리 잡거나 비방하지 않기'로 전제를 두니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일관된 추진 의지만 강조됐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 2000명이 아닌 4000명 증원이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토론회를 기획했고 참석했던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은 필수의료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대한 환자를 더 보기 위한 방법을 찾자는 취지에서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자 서울의대 비대위를 향한 내부의 비판, 비판을 넘어 모욕성 발언이 터져 나왔다. 이율배반적인 부분은 그간 피부미용에 집중해 바이탈과에 상대적 박탈감 선사한 쇼닥터 등이 나와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며 후배를 위한 '참의사'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질적 의미의 참의사들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으나 다시 2차 토론을 기획했다. 이미 대통령실에 의지를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주제나 참석자, 일정 등은 정하는 단계이나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번에도 욕받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 애석한 부분이나, 의료계가 거부하고 있는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이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의대증원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향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사자인 의료계 없이는 의료대란을 풀기 위한 어떠한 답도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숙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를 거치고 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최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막기 위해 대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계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향성을 열어주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료대란을 막고 있는 단계이나 수면 아래서 환자들은 죽음을 향하고 있다. 이 중차대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선 대화가 필수적이다. 숙론의 의미가 절실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