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美 브루킹스 3차 공동연구 보고서 발간세계화의 미래 등 4개 파트 나눠 경제 분석조동철 원장 "다자간 질서, 어느 때보다 중요"
  • ▲ KDI-브루킹스연구소 공동연구보고서 발간 기념행사 ⓒ연합뉴스
    ▲ KDI-브루킹스연구소 공동연구보고서 발간 기념행사 ⓒ연합뉴스
    세계화가 상호 이익이 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에서 모든 이득의 총합이 '0'이 되는 제로섬(zero-sum)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른 분쟁이 커지는 만큼 반도체 등 전략적 부문에서 동맹국 간 산업 정책 조율을 통해 파괴적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연구 보고서 '새로운 글로벌 다이나믹스: 전환하는 세계에서 경제변화 관리'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화의 미래 △산업과 시장 △국제무역 △금융시스템 등 4개 파트로 나눠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이들은 세계화가 포지티브섬에서 제로섬 양상으로 변화하는 만큼 동맹국 간 산업 정책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라 타이슨·존 자이스만 미 UC버클리대 교수와 브라이언 저지 박사는 세계화에 대해 "포지티브섬에서 제로섬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지경학적 경계에 따라 연계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되면서 더 높은 불확실성과 불안정, 분쟁에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통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동맹국 간 산업정책 조율을 통해 파괴적 경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아시아 경제에 대해 "구조개혁과 외부 여건 상황에 따라 역동성과 번영을 지속하는 '아시아 세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구조개혁 실패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거나 미·중 갈등 심화로 '위태로운 번영'과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위기와 갈등'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혁명도 세계 경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산 방식과 사업 모델이 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복잡한 디지털 규제 체계의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주의적 움직임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협력을 통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금융시스템과 관련해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이 국제 금융 시장을 재구성할 수 있다"며 "저개발국들은 주요국 디지털 화폐와의 경쟁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으나, 미 달러화는 여전히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는 국내외적으로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각국의 대규모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린 기술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이 불안정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발간 기념행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조동철 KDI 원장과 세실리아 엘레나 라우즈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의 개회사에 이어 여러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다자간 질서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이번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와 학자, 글로벌 커뮤니티가 협력해 새로운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관리하고,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