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유로존 성장률 소폭 상승에도 독일은 -0.1% 역성장구조개혁 지체 탓… 산업구조 비슷한 한국 반면교사 필요구조개혁 갈 길 멀지만 야당은 발목잡기만… '피해 키울 것"
  • ▲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가 ⓒ연합뉴스
    ▲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가 ⓒ연합뉴스
    유럽 경제의 큰 축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구조개혁 지체로 또 다시 추락했다. 여러 방면에서 독일과 닮아있는 한국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개혁과 함께 산업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0.4%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0.2% 상승하며 이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질 거란 시장 전망이 우세했지만 여지없이 빗나간 것이다.

    올해 2분기(4~6월) 유로존 GDP는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지만, 유로존 최대 경제권으로 불리던 독일의 경제가 역성장에 빠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드리워졌다.

    독일 정부는 이달 초 국가 경제를 정상 궤도에 재진입시키고자 민간과 공공투자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 기업에 대한 추가 세금 감면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 회복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독일 경제 연구소 Ifo는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몇 달간 회복세를 보였던 서비스 부문 지표도 다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스 볼라베 ifo 설문조사 책임자는 "독일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3분기도 개선의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마틴 아데머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도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경기 회복이 점점 더 멀어 보이는 산업 부문뿐 아니라 서비스 부분에서도 기업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약간 높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단기 전망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대표 경기선행지표인 ifo 기업환경지수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문제는 독일의 이러한 경제적 취약점이 우리나라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점이다. 먼저 산업 구조가 우리와 비슷하다. 독일은 한국과 같이 수출과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첨단산업 분야 경쟁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에 따르면 독일은 2021년 기준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 1위인 반면, 디지털 산업 경쟁력은 세계 19위에 그쳤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세계 4위로 상위권이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자동차, 전자기계 등 소위 기성산업에 집중돼 있다. 독일의 자존심으로 통용되는 자동차 산업마저 전기차 분야로 좁히면 미국 테슬라나 중국 비야디(BYD)에 주도권을 빼앗긴 신세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우리와 비슷하다. 중국은 7년 연속 독일과 교역 비중이 가장 큰 국가다. 중국의 고도 성장기에는 이러한 점이 독일 제조업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미·중 갈등이 확대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마저 예상을 밑돌면서 그 여파가 독일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롤모델로 삼은 곳이 독일인 만큼 에너지 정책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서 탈원전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스 주 수입원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에너지 수급 문제에 직면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자 부족과 잇따른 파업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된다는 점 역시 우리와 비슷하다. 이에 독일은 과감한 구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독일 경제단체 4곳은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보낸 개혁 요구 서한에서 "독일 경제는 중대한 구조적 난관에 봉착했다"며 전기요금 인하·인프라 투자·세제 개편 등을 요청했다.

    마치 우리나라 경제단체가 정부에 요청하는 것 같은 상황이며 산업구조 역시 빼닮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반면교사 삼아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최우선 순위로 매겨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3대 개혁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들 개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의 저항과 정치적 논란 등으로 큰 힘을 얻지 못했다. 특히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잇단 '탄핵'과 '방탄'에 몰두해 적절한 구조개혁 논의를 늦춰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과 법안에 몰두해야 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있는 만큼 시간이 지체될수록 주요 경제 정책이 외면받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혁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순차적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지체없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도 구조 개혁에 따른 고통에 대한 우려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 과제가 뒤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민들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