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공개매수 종료과반지분 확보 미달주총 요구 → 거부 → 법원행 수순장내매수, 프록시 파이트 … 물밑 싸움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사회 쟁탈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공개매수 경쟁에서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어느 쪽도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주총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물밑작전이 예고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마감된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에는 전체 발행주식의 11.26%(233만1302주)가 청약했다. 고려아연은 이 중 9.85%(204만30주)의 지분을 자사주로 확보했으며,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1.41%(29만1272주)를 취득해 향후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게 됐다.

    앞서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89만원에 발행주식의 약 20%(414만657주)를 매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시중 유통물량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물량으로, 17.5%를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매수하고 2.5%를 베인캐피탈이 취득한다는 계획이었다.

    공개매수 결과 고려아연은 당초 목표로 한 매수 물량의 56.3%에 해당하는 물량만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14일 먼저 끝난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5.34%가 응하면서 실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유통물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사들인 자기주식 9.85%를 예정대로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호 지분을 합한 지분율은 기존 33.99%에서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1.41%를 더해 35.4%로 높아지게 됐다.

    앞서 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지분율을 38.47%까지 높였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이 완료돼 모수가 작아지면 MBK 연합의 지분율은 약 43%, 최 회장 측은 약 40%로 높아진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단 3%p로, 향후 장내 매수 및 우호 세력을 통한 지분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MBK 측은 조만간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전망이다. 현재 지분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시간을 끌지 않고 이르면 이날 바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정관에는 이사 수 제한이 없다.

    MBK 측이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해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이사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주총 소집 권한이 있는 현재 이사회가 임시주총 소집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MBK 측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따로 신청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1~2개월이 소비돼 실제 임시주총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MBK 측은 아울러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 최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으로만 남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다만 정관 변경은 상법상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양측 모두 의결권 지분이 과반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제3의 지지를 얻기 위한 물밑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장내매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주총 위임장 쟁탈전인 ‘프록시 파이트(proxy fight)’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의결권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의 92.5%를 찬성하며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해 왔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해지는 절차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