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AI 반도체 기술투자 통제수출통제 이어 자국 자본까지 봉쇄원자재 수출 봉쇄 등 中 반격 우려
  • ▲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연합뉴스
    ▲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투자 통제를 본격 시행한다. 중국으로 향하는 미국 자본을 전면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K 반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행정명령 14105호'에 대한 부처 간 의견수렴을 거쳐 '우려 국가 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행일은 내년 1월 2일부터이며, 우려 국가에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가 이름을 올렸다.

    백악관은 "미국에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초래하는 특정 기술 및 제품과 관련된 특정 거래에 미국인이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최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중국의 군사 역량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군사 현대화에 중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특정 전자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고급 패키징 도구, 특정 고급 집적회로의 설계 기술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앞서 2020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등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미국이 아닌 국가 기업이라도 미국의 허가를 받게 했다. 2022년에는 14나노 이하 반도체와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 노광장비(DUV)까지 수출을 막아섰다.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5나노 공정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전략으로 이번 자본 봉쇄까지 시행되면 미중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봉쇄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자국 자본을 묶는 조치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K 반도체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 중국에 대한 투자 계획도 없는데다 현지에서 가동 중인 공장 라인은 제재 대상인 첨단 산업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커지는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렵다. 이번 조치가 처음 거론된 지난해 미국 하원에서는 "제재 조치에 동맹국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이 대상이다.

    중국이 광물수출 규제 등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와 안티몬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이은 2차 조치다. 지난해 말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흑연도 통제 목록에 포함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없다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면서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건 결코 우리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