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규모 채권 발행 중단…금융당국 "협의 필요"전세반환보증 가입 중단 가능성…"거래절벽 불가피"서울매물 한달새 12%↑…무주택자 월세 내몰릴수도
  • ▲ 서울 빌라 밀집지역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빌라 밀집지역 전경. ⓒ뉴데일리DB
    전세시장에 또한번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7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에 제동을 걸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중단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HUG 재정악화로 반환보증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세시장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는 HUG 신종자본증권(채권) 발행을 위한 추가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전날 HUG는 최대 7000억원 규모로 준비했던 채권발행을 돌연 연기했다.

    당초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조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이 "관계부처간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HUG가 채권발행에 나선 것은 전세사기 여파로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집주인 대신 HUG가 세입자에게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에서 올 1~9월 3조220억원으로 치솟았다.

    대위변제액이 늘면서 HUG 자본금은 지난해말 기준 2조995억원으로 1년새 3조4921억원가량 급감했다.

    현행법상 HUG는 자본금 90배까지 전세보증을 설 수 있다.

    HUG는 전세보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제지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지면서 당장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신규가입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 서울내 상가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들. ⓒ뉴데일리DB
    ▲ 서울내 상가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들. ⓒ뉴데일리DB
    시장에선 HUG 재정악화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중단되거나 가입요건이 강화될 경우 이미 침체기에 접어든 전세시장에 또한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전세사기 사태이후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매물은 꺼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원하는 전세매물을 찾지 못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HUG가 반환보증 가입요건을 강화할 경우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전세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커졌고 1주택이상 보유자들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 부동산플랫폼 아실 통계를 보면 서울 전세매물은 이날 기준 3만1790건으로 한달전 2만8406건대비 11.9% 늘었다.

    같은기간 경기지역 전세매물도 2만8966건에서 3만708건으로 6.0% 증가했다.

    서울 노원구 T공인 관계자는 "전세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이사철임을 감안하면 평소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며 "반환보증 가입까지 문제가 생기면 중개사들 입장에서도 전세매물을 중개하기가 매우 난감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입자들은 반환보증 가입이 안되는 매물은 무조건 '패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환보증이 중단될 경우 아파트보다는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된 연립·다세대 등 빌라 전세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환보증 한도를 현행 90%에서 80% 정도로 낮추는 등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측은 "HUG의 채권 발행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며 "관련부처와 투자자 보호, 채권시장 영향 등을 협의해 관련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