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 예고에 금리인하까지… 보험업계 건전성 관리 '비상'금감원, 제도 완화·유지 검토… 보험사는 숨가쁜 자본성증권 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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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회사 건전성 규제가 강화 일변도를 벗어날 조짐이 관측됐다. 내년 부채평가 할인율 제도 강화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담을 반영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서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3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부채평가 할인율 규제 완화 또는 현재 수준 유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 자본 확충 부담을 호소해온 데다 금리 인하에 따른 파장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당초 내년부터 '최종 관찰만기 30년 확대'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개선을 위한 3가지 규제 중 장기선도금리(LTFR), 유동성 프리미엄 제도 개선안은 지난해부터 단계적 시행 중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 건전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분주하다.

    쟁점은 보험사에 적용할 LTFR의 향방이다. LTFR은 관찰이 60년 이상인 먼 미래의 금리를 추정한 값으로 부채평가 할인율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사는 초장기 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장기 금리에 대한 지표가 필요하고 이떄 LTFR을 활용한다.

    LTFR이 오르면 보험사의 부채부담이 줄고 내려가면 부담이 늘어난다.

    금감원은 높은 LTFR을 적용하면 보험사의 CSM(계약서비스마진)이 부풀려 인식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LTFR 하향을 거듭해왔다. 지난 2021년 한 차례 인하에 이어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에 맞춰 또 다시 소폭 낮췄다.

    이후 업계와 적정선 논의를 거듭해왔으나 기준금리 수준, 생명·손해보험업권별 특성, 중·소형사별 유불리가 달라 쉽사리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일단 금감원은 내년부터 LTFR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할 것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 점진적으로 최종관찰만기를 늘릴 예정이었다. 이 경우 보험사 부채 규모가 커져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LTFR 연간 인하폭도 올해부터 기존 15bp에서 25bp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 평균은 발 빠른 자본 확충에도 일제히 떨어졌다. 6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킥스비율 평균은 217.3%로 전분기 대비 6.3%p 하락했다. 

    특히 생보사의 킥스비율은 같은 기간 10.3%p 떨어진 212.6%로 나타나 시행 중인 규제 여파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ABL생명과 MG손해보험은 경과 조치 적용 후에도 감독 당국의 권고치(150%)를 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가용자본이 줄어든 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 권고치보다 훨씬 높은 200~250% 수준을 맞춰 놓아도 금리 변동성에 대비해 안심하지 못 하고 자본 확충에 계속 나서는 보험사들이 다수"라며 "금리 상황과 업계의 현실을 고려한 점진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1월에도 킥스비율 제고를 위한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조달은 계속된다. 현대해상이 다음달 4일 최대 4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같은달 12일 최대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롯데손해보험은 11월 중 최대 2000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IFRS17의 보완을 위한 개선안이 연내 마련되는 만큼 같은 시기에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 완화안도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입장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