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출 문턱 낮아졌지만… 7월 DSR 3단계 시행에 ‘막차 수요’ 재현 우려

새해를 맞아 은행권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연초 연간 대출총량 한도가 새로 설정되면서 가계대출 여력이 커진 영향이다.

다만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이 예고되면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기 직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새해를 맞아 생활안정자금 목적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완화하고,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중단 조치를 해제하는 등 가계대출 문턱을 새해부터 낮추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폐지하거나 확대한다. 우선 신한·우리은행은 1억원으로 제한됐던 한도를 2억원까지 늘리고,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한도를 폐지한다. 다만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새해부터 신규 주담대에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한다. 모기지 보험에 가입하면 주담대 한도가 최대 5500만원(수도권 기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그동안 막아왔던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신청도 재개한다. 다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수준이 목표치에서 가장 크게 벗어나면서 신용대출 비대면 판매 중단 기간을 당분간 중단한다.

이같이 은행들이 일제히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연간 목표치가 2025년 새해를 맞아 새로 설정되면서 대출 총량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단계로 스트레스 금리를 0.38%, 9월부터는 2단계로 0.75%를 적용했다. 올해 7월부터는 스트레스 금리가 1.5%로 큰 폭 확대된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가계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전 금융권의 주담대, 신용대출 등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과 같이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또 다시 은행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대출은 한 달 사이 9조 6259억원가량 늘어나며 폭등했다. 

급증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당국과 은행은 가계대출 규제를 조이며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그 결과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조원대로 집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계대출 관리가 본격화되면서 10~12월까지 3개월 연속 1조원대 증가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특정 기간에 대출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월별, 분기별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시한 관리 목표치를 넘긴 은행에 새해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만큼 깎는 페널치를 처음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한도가 축소되면서 지난해와 같이 다시 막차 수요 증가하며 은행권들이 대출 문턱 높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며 “실수요자들은 DSR 3단계 시행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2금융권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 효과’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