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자회사 9곳 사명에 ‘신세계’ 사용 중… 변경 불가피‘신세계’ 비롯해 ‘SSG’, ‘쓱’ 등 주요 브랜드 신세계가 보유 중신세계 대신 이마트… 혹은 이니셜 더한 ‘XX신세계’ 신설 가능성도
  • ▲ '신세계'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마트 자회사들.ⓒ각사
    ▲ '신세계'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마트 자회사들.ⓒ각사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이마트 부문 계열의 사명변경이 잇따를 전망이다. ‘신세계’ 브랜드를 이마트가 아닌 신세계가 보유한 탓이다. 이마트 산하 계열사 상당수가 사명에 ‘신세계’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상표권 문제의 해소는 향후 이마트-신세계 계열분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가 어떤 브랜드를 택할지도 관전포인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신세계가 계열분리를 공식화하면서 양사간 상표권 정리 문제가 향후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부분 계열사의 지분 정리가 끝난 만큼 계열분리까지 남은 과제는 많지 않다. 이중에 가장 민감한 대목은 바로 상표권이다. 

    이는 신세계보다는 이마트에게 더 큰 문제다. 상표권 ‘신세계’를 비롯해 ‘SSG’, ‘쓱’ 등의 주요 상표권을 신세계에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신세계그룹의 모태이면서 유통사업의 첫 출발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신세계가 ‘신세계’가 브랜드를 가지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이마트-신세계의 계열분리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신세계그룹 내에서 ‘신세계’ 브랜드 사용료는 많지 않은 수준이다. 신세계는 ‘신세계’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대신 광주신세계,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전신세계와 각각 경영제휴계약 형태로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포괄 지급 받고 있다. 다른 계열사가 사용하는 ‘신세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열분리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상표권 사용료를 무상제공할 경우 자칫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마트 자회사 중에서 사명에 ‘신세계’를 넣는 곳은 총 9곳.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I&C 등 상장사를 비롯해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L&B, 신세계화성, 신세계야구단,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신세계동서울PFV 등이다. 여기에 ‘SSG’를 사용하는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까지 더하면 총 10곳에 달한다. 다만 SSG닷컴은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형태라 계열 분리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소유하게 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에 반해 신세계는 ‘이마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회사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계열분리 이후 자회사가 신세계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사명 교체를 통해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며 “통상 주요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을 봤을 때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마트가 자사의 브랜드 ‘이마트’를 활용한다고 했을 때 기존 ‘신세계’의 브랜드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예를 들어 신세계푸드가 이마트푸드로, 신세계건설이 이마트건설로 변경되는 방식이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 특성상 ‘신세계’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줬다면 ‘이마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성비의 이미지가 높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신세계’에 이마트 이니셜을 붙이는 방식의 변화를 준 상표를 낼 가능성도 점친다. HD현대그룹이나 효성그룹이 차용한 방식이다.

    범 현대그룹은 계열분리 당시 ‘현대’의 상표권을 공동 소유로 해서 별 다른 갈등이 없었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HD현대’라는 독자 브랜드를 통해 계열사에 상표권 사용료를 걷고 있다. 계열분리를 추진 중인 효성그룹도 기존 ‘효성’과 별개의 ‘HS효성’ 브랜드를 신설하고 계열사간 별도 상표권 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이 외에 LG그룹도 계열분리 과정에서 LS, LIG, LX 등의 한글자만 바꾸는 경우도 있다. 

    상표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기존 브랜드 상표권 사용료를 피하는 방법이다. 이마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사명변경 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하던 당시 ‘신세계’의 브랜드를 가져온 것과 달리 사업영역이 겹치는 이마트-신세계 분할에서는 상표권 문제에 따른 사명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