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티메프 사태 이후 발란 정산 지연 사태 … 입점사만 1300개 달해소비 침체·경쟁 심화 … 집꾸미기·펍샵 폐업 속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커머스 시장 성장세 정체기 … 생존 전략 근본 변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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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란 ⓒ발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업계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8일부터 정상적인 상품 구매 및 결제가 중단됐다. 모바일 앱에서는 "현재 모든 결제 수단 이용이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표시되며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가 서비스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 결제 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춘 상태다.
발란은 지난 24일부터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일부 입점업체에 대금 정산을 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28일 셀러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현재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직접 찾아뵙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기, 규모 등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란의 입점사는 1300여 곳,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 미정산 대금은 1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0~2023년 누적 영업손실이 724억원에 달하며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발란은 입점한 셀러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된다. 중개 수수료 외에 수익모델이 없어 경기 침체로 인한 명품 소비 부진과 온라인 명품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시각적 자극만 받았기 때문에 명품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지금은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초고가 명품을 구매할 여력이 줄면서 명품 소비도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초고가 명품이 큰 주목을 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 ▲ 티몬 사옥 ⓒ뉴데일리DB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발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란과 함께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은 2023년 기준 영업손실 79억원을 기록했고 트렌비의 기업가치는 2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온라인 플랫폼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 집꾸미기는 이날부로 서비스를 종료하며 CJ ENM 자회사 브랜드웍스코리아가 운영했던 펀샵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지난해 가전·가구 편집숍 알렛츠,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1300K(천삼백케이), 문구·생활용품 쇼핑몰 바보사랑 등이 잇따라 폐업했다.
업계에서는 장기 불황 등으로 투자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1336건으로 전년(1838건) 대비 27%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등 업계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의 벤처기업 투자 집행 규모는 7429억원으로 2023년 대비 59% 감소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쇼핑 패턴을 보이며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도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폐업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 전략을 펼친 플랫폼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앞으로 업계의 생존 전략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