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지 못한 법안에, 업계 불안감 고조 또 터질 게 터졌다 … 제2·제3의 티메프 나올까 우려도새벽배송 팀프레시까지 영향 … 신뢰 회복 위한 대책 시급
  • ▲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발란은 31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뉴시스
    ▲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발란은 31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뉴시스
    온라인 플랫폼의 정산 지연 사태가 잇따르면서 업계와 입점 판매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에서 대규모 정산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홈플러스와 명품 온라인 플랫폼 발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정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 개정 지연이 제2, 제3의 발란·티메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티메프 사태 이후 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연간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정산 기한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판매대금의 50%를 별도 계좌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는 유동성 문제 등으로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입점업체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문제가 확산됐고 이에 따라 공정위는 유사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판매대금 정산 기한과 별도 관리 비율을 규정하려는 것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대형 유통업체는 정산 기한을 준수해야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특약 매입 시 40일, 직매입 시 6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별도의 정산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 ▲ ⓒ팀프레시
    ▲ ⓒ팀프레시
    발란의 경우 계약에 따라 7일, 15일, 30일 정산 주기를 설정했지만 실제 판매업자들은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만 보더라도 일부 입점업체들의 정산 주기가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2~3배 길다. 현재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향후 대금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산 문제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B2B 새벽배송 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팀프레시는 지난달 31일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일부 배송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 1일 예정된 투자금이 확보되지 않자 배송기사들이 운행을 거부하면서 배송 차질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투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기사들과 협의해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를 넘어 국회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을 위한 법안을 다수 발의했지만 여전히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피해 사례가 속출하며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 됐다.

    한 온라인 셀러는 "티몬, 위메프에 이어 발란까지 터질 게 터졌다"며 "티메프 사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실효성 있는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전적 규제는 사각지대 없이 철저해야 하지만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일탈자에 대한 사후적 처벌을 강화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발란 측과 접촉해 입점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은 정산 지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정산 주기를 구매 확정 후 최대 7영업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제기된 정산 미지급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파트너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산 주기를 1~7영업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