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명품 플랫폼 ‘발란’ 미정산 확산발란 이번 주 입장 발표에 구체적 날짜 명시 없어 불안감 키워 발란 "대표가 회사 포기하거나 도망갈 생각 전혀 없어"
  • ▲ ⓒ발란
    ▲ ⓒ발란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인 발란의 미정산 사태로 입점 셀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발란의 정산이 지난 24일부터 지연되면서, 일부 입점 셀러들이 최형록 발란 대표를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이번 주 셀러들과 면담을 통해 서비스 정상화 방안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명시하지 않으면서 정산을 기다리는 셀러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셀러는 “발란 주소지인 강남경찰서 앞에 여러 명이 모여 신고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셀러는 “정산금은 수수료와 투자금으로 돌리면 충분할 것 같은데, 정산금이 부족할 정도라면 돈을 도대체 어떻게 쓴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셀러는 “억대 물려 현재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 ▲ ⓒ발란 입점 셀러 제공
    ▲ ⓒ발란 입점 셀러 제공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 28일 입점 파트너사에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겠다”며 “다음 주에는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28일 정산금 오류에 따라 파트너사별로 재정산된 정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한 차례 미룬 것이다.

    셀러들은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셀러들은 개별적으로 고객에게 반품 신청을 요청하며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셀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신저 등을 통해 단체소송과 형사 고소 등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 수는 1300여개로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다. 입점 업체들에 따르면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130억원대로 추산된다. 지난 28일 밤부터 발란의 상품 구매·결제가 모두 막혔다. 발란 자체 결제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춘 상태다.

    발란 측은 최근 발생한 미정산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발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매우 어렵지만, 대표가 회사를 포기하거나 도망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발란 측은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보는 우려와 관련해선 “현재 상황에서 발란이 '티메프 최대 피해자'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어 “티메프 사태로 인해 투자 유치가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위기가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2년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까지 인정받았으나 경기 침체 속 명품 소비 감소, 이커머스 출혈경쟁, 위메프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기업가치가 10분의 1인 300억원대로 추락했다.

    발란은 지난 2월 K-뷰티 유통업체 실리콘투와 15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1차 투자금 75억원이 지난 10일 지급됐다

    발란 미정산 사태로 판매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발란 측은 “판매자들이 빠져나가면 플랫폼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란은 2020∼2023년 4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