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전망치 1500억→600억 급감노조,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선언사측, 희망퇴직·공장 셧다운 … 강경 대치철강 관세 발효, 수출 감소 등 악재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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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정규직·자회사·비정규직 대표자들이 3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일 총파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현대제철이 노사분규 장기화에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공세와 미국의 25%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어려움에 노사 갈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실적 회복을 발목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5조6488억원, 영업이익 587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5조9478억원) 대비로는 5% 줄고, 직전분기(5조6127억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년 전(558억원)보다 5.2% 증가하고, 전분기(-458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올 들어 영업이익이 소폭 흑자를 낼 예정이나,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여서 증권가에서는 ‘어닝쇼크’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1441억원에서 한 달 전 97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고, 최근 587억원으로 급감하며 3개월 새 3분의 1토막이 났다.현대제철의 노사 갈등 속 파업과 직장폐쇄 등 여파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2024년 9월 이후 노사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까지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노조의 부분파업과 이에 대응한 사측의 직장폐쇄가 이어져 왔다.현대제철이 적자까지 감수하고 성과급 확대를 제안했지만, 노조가 현대차 수준을 요구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인당 2650만원(기본급 450%+1000만원)의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1인당 4000만원(기본급 500%+1800만원)의 성과급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방안만 실행해도 지난해 손익은 473억원 흑자에서 65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노조는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PL/TCM 라인에 대한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PL/TCM은 냉연강판의 소재인 열연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강판 생산 라인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압연을 하는 설비다. 생산 공정 특성상 이 설비가 가동되지 않으면 후공정도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해 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자동차용 강판 소재로 주로 쓰이는 냉연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액은 이미 수백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사측은 파악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소→제품 공급 지연→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 비용, 생산 중단에 따른 고정비(임대료, 기계 유지비 등) 부담도 커지고 있다.현대제철은 지난 2월 사상 처음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지난달에는 전체 임원 70여명의 급여를 20% 삭감하는 등 비상 경영을 선포한데 이어 전 직원 희망퇴직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월 한 달간은 인천공장 내 철근 생산라인 가동도 중단한다.현대제철의 노조 리스크가 실적 악화로 현실화한 가운데 노사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며 2024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할 생각이 없다면 8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파업 규모는 5개 지회와 자회사 노조, 비정규직 노조 등 약 1000여명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현대제철의 경영 여건도 당분간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부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이미 철강제품 수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