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안 폐기됐으나 정치 리스크 장기화 시 신용 하방 압력外人, 금융업종 7천억 투자 철회… 2금융권 "유동성 실시간 점검"경제 현안 뒷전 가능성… 피치 "장기화 시 부정적"
-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가운데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전문가들은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할 경우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는 나라의 외화 곳간이 빌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대외 신용도를 지키는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8일 국회에 따르면 전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해 본회의에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 뜻을 고수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최종 폐기 처리됐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측에서 탄핵 재추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국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민주당은 전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앞서 탄핵 부결 시 오는 11일 임시 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정치적 리스크가 한동안 지속되면 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하던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 등 각종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비롯해 주택공급, 상속세율 인하, 반도체 지원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증시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금융업종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투자를 대규모로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총 1조85억 원을 순매도했다.특히 금융업종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순매도는 지난 4일 2551억원, 5일 2786억 원, 6일 1759억 원 등 총 7096억 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 금융업종 순매도가 이틀 연속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지분율도 3일 37.19%에서 6일 36.12%로 1% 포인트 넘게 줄었다. 전체 21개 업종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2금융권도 초긴장 상태다.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정국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은 돌발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신 잔액이나 예금 입출금 등 유동성 추이를 실시간으로 점검 중이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2금융권 뱅크런(대규모 인출) 조짐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혹시 모를 금융 사고에 대비해 유동성 대응 체계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작년 뱅크런 사태를 겪은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곧바로 긴급 대응 회의에 나섰다. 신협중앙회도 간부회의를 하고 특이징후가 없는지 등을 실시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금융당국도 2금융권과 유동성 점검 등 비상 대응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 대응 체계가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편, 이와 같은 정국의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 또한 하락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채 가격 폭락, 채권을 비롯한 금융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에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파장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실제 이번 사태 여파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의 경우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난 2015년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2를 부여한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인구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할 정부 역량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이어 "예산안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또 다른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도 이번 사태의 여파로 정치적 리스크가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지난 5일(현지 시각) 피치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할 경우 신용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다만 정치 불확실성이 한국 국가신용등급 'AA-안정적'을 뒷받침하는 경제·대외 신용도를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위협하진 않는다는 기본적인 전망은 유지했다.또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의 발 빠른 조치로 환율과 금융시장 압력도 완화하는 등 시장 리스크도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봤다.피치는 "한국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정치적 변동성을 경험했지만 국가 신용등급이 중대하게 훼손되지는 않았다"라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의 신뢰가 약화하고 공공 재정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