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콤·IPG, 30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논의 중합병 성사시 업계 1위 WPP 추월 전망구글, 메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동력 될 것으로 기대미국 내 독점 금지 조항에 따른 규제 조사 받을 것으로 우려
  • ▲ 옴니콤(좌), IPG. ©각사
    ▲ 옴니콤(좌), IPG. ©각사
    글로벌 광고 업계 3위 옴니콤(Omnicom)이 4위인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IPG) 인수를 논의하면서 세계 1위 WPP를 넘는 대형 광고 그룹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옴니콤과 IPG는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마케팅 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300억 달러(한화 약 43조원) 이상 규모의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주식 전량 거래는 규모가 더 큰 옴니콤이 IPG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 될 예정이다. 지난 6일 주식 거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IPG의 가치는 109억 달러(약 15조6404억원), 옴니콤의 가치는 202억 달러(약 28조9809억원)로 집계됐다.

    두 회사 합병시 순매출(net revenue) 200억 달러(약 28조7020억원) 이상이 된다. 순매출 기준으로 업계 최대 규모의 광고 지주회사로 꼽히는 영국 WPP와 2위 프랑스 퍼블리시스(Publicis)를 모두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IPG는 맥켄(McCann)과 FCB, 미디어브랜즈(Mediabrands)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옴니콤은 BBDO와 TBWA 등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북미 시장 중심의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광고 산업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AI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광고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Met), 아마존(Amazon)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한 전통 광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퍼블리시스는 지난 2015년 디지털 그룹 사피엔트(Sapient), 2019년 엡실론(Epsilon)을 인수해 기술 플랫폼을 강화하는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조기 투자해 광고 시장의 변화에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WPP를 비롯한 모든 광고 지주회사들이 AI 도구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한 대응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옴니콤과 IPG의 대규모 합병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옴니콤과 IPG의 합병은 미디어 및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간 서로 겹치는 영역 때문에 미국 내에서 상당한 규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독점 금지 조항을 근거로 주요 합병에 대해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반독점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옴니콤과 IPG의 합병은 지난 2013년 퍼블리시스와 옴니콤의 합병 논의 이후 진행되는 업계 최대 규모의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퍼블리시스와 옴니콤은 2013년 세계 최대의 광고·마케팅 그룹을 꿈 꾸며 합병을 논의했으나 약 10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최종 결렬됐다. 당시 퍼블리시스와 옴니콤은 경영권 배분과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양사의 주요 고객사 간 이해 충돌 문제 등의 이유로 합병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