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HDC현산 등 재무전문가 수장교체현대건설·SK에코 등 1970년생 선임으로 세대교체"불황 장기화에 재무통·젊은피로 위기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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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로 실적부진에 빠진 건설사들이 수장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1970년생과 기업 살림꾼 역할을 하는 재무전문가를 전진배치 한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업계불황이 길어지자 수익성 확보와 세대교체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중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을 제외한 7곳(△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CEO를 교체했다.경기침체가 길어지자 실적악화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선 것으로 대다수 건설사가 재무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먼저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홍현성 대표 후임으로 주우정 부사장(기아 재경본부장)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주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문가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인물로 알려졌다.이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85억원으로 적자전화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실적개선을 위해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주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내년 3월 24일 임기가 만료돼 인사 전이지만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 2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내년까지 수익률 회복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전 대표 또한 그룹에서 전략기획본부장 및 전략기획 총괄 등을 역임한 '재무통'으로 2018년부터 5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연말 롯데그룹 인사에서 유임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도 그룹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업계는 박 대표가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 개선과 외형성장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유임된 것으로 분석한다. 유 대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으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를 관리해 왔다.HDC현대산업개발도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 정경구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사장 승진 발령했다. 정 대표는 2018년에 HDC현대산업개발 경영기획본부장, 2020년부터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를 맡은 바 있다.이후 2022년부터 지주사인 HDC 대표로 그룹의 신사업 및 M&A를 이끌다가 3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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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건설사들이 재무통들을 대표이사에 선임한데는 경영 전반을 둘러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격적 경영보다는 내실을 다져 안정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세대교체로 돌파구를 찾는 건설사들도 있다.현대건설은 지난달 15일 윤영준 현 대표의 후임으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선임했다. 이한우 내정자는 현대건설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주택통'이다. 특히 그가 1970년생이라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윤영준 현 사장이 1957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1970년대생이 현대건설 사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SK에코플랜트도 1970년생인 김형근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9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후 주로 재무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관리부문에서 근무하면서 그룹 내에서도 재무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전반적인 주택 공급감소 등으로 건설사의 실적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사가 위기관리와 수익성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할 것이다"며 "당분간 대표이사 교체를 비롯해 강도 높은 쇄신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