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대 이어 美 철강 사업 노크 중베이징현대에 1.5조 투자… 맞춤형 전기차도정체된 내수, 경직된 고용에 脫한국 빨라질수도
  • ▲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올해 내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힘쓸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과 미국 등 해외 투자를 확대해 시장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미국에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를 신규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오는 2029년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등 몇몇 주 정부 측과 접촉해 인프라 등 투자 여건에 관한 논의도 진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미국에 제철소를 짓고 이곳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 등을 인근 조지아주 현대차·기아 공장 등에 공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제철 측도 이날 개장 직전 공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 시장 사업 안정을 위한 승부수를 준비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국에 상품을 팔고자 하는 외국 기업은 자국 땅에서 생산하라는 메시지를 피력 중인 가운데 현대제철의 이번 미국 현지 투자 검토는 철강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내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미‧중국 등 해외 생산 체계 등을 확대해 시장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기아 EV9과 EV6, 제네시스 GV70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수령 대상이 되면서 이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및 판매량 확대에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해외 판매 실적을 입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91만1805대를 판매해 전년(87만370대)보다 4.8%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아도 79만6488대를 팔아 전년(78만2451대) 대비 1.8% 증가. 연간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두 회사 합산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이들의 연간 미국 판매량이 170만 대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최고치는 2023년 165만2821대로 1년 만에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내수 불황으로 국내 판매량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70만5010대를 기록해 전년(76만2077대) 대비 7.5% 감소했다. 기아는 4.2% 줄어든 54만10대를 팔았다.

    자동차 내수 시장은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화재,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도 내수 부진을 부추겼다. 경직된 고용시장의 모습이 내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릅은 내수 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앞서 베이징차는 지난달 현대차와 함께 양사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에 총 11억 달러(한화 1조5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 맞춤형 전기차 개발과 하이브리드 등 신차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베이징현대는 수혈받는 자금을 통해 전동화 전환과 신차 출시 및 수출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에 나선다. 이미 올해 4종의 신차를 출시했고, 내년에 중국 현지 맞춤형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오는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 등 5종의 신차를 차례대로 개발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를 재정비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