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2년 대기' 우려에 종합병원 경쟁률도 높아져비정규직 떠돌며 발령만 기다려 … 병상 축소에 채용시장 한파65회 간호국시 2만5000여명 응시 … 합격자 내달 20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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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속 간호인력의 중요도가 높아졌으나 역대급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령 대기 상태인 '웨이팅게일(웨이팅+나이팅게일)' 문제가 심각해졌다. 아르바이트로 버티며 근무일을 기다리는 것이다.24일 정부와 간호계에 따르면 이날 올해 졸업예정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제 65회 간호사 국가시험을 치렀다. 전국 16개 시도 51개 시험장에서 2만5664명이 응시했다. 합격자 발표는 내달 20일이다. 통상 간호국시 합격률은 90% 수준이다.신규 간호인력이 대거 발생하는 것인데 이들이 언제 근무를 시작할지 기약이 없다. 대학병원에 취업에 성공해도 장기간 대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2년간 발령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상급종합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채용 실태 조사 결과, 지난 2023년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지만 발령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인 신규 간호사는 63%였다.웨이팅게일은 과거부터 존재했던 말이지만 의료대란을 겪으며 상황은 심각해졌다.전공의 공백으로 진료량이 줄어든 탓에 극심한 취업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취업에 성공해도 급여가 나오지 않는 대기발령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실제 대기발령 중인 간호사들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다. 언제 병원에서 부를지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정규직을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에 합격한 A간호사는 "작년 상반기에 근무할 줄 알았는데 아직 대기 상태여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 쿠팡에서 근무하거나 단기 근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기발령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취업 문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B간호사는 "병상 축소로 인력 충원이 어려워진 탓에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급에도 취업 경쟁률이 심화한 상태"라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커녕 취업난에 고통받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상황이 이런데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간호대 입학정원은 2만4883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늘어난 상태다. 웨이팅게일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상황은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결국 2026학년도엔 정원축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간호대 정원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간호인력전문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 배치기준 확립 … 제도적 지원책 절실중장기적으로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 등으로 인해 간호인력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취업난이 가중돼 우려가 커진다.대한간호협회 차원에서는 ▲대기 간호사 수련비용 지원 ▲간호사 배치 기준과 보상 체계 마련등을 중점 과제로 설정했다.이달 초 국회 토론회에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취업난은 기존 간호사의 업무 강도와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간호사 대 환자 수는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정부가 선언한 간호인력 1:5 배치 기준은 준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급종합병원을 중환자 중심 체계로 바꾸려면 병상이 줄어도 간호사 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환자를 돌보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간호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간호사 근무환경을 강조했던 것 만큼 인력 배치 기준을 맞추기 위한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료대란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희생을 강조하면서도 취업 한파를 해결할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