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CT 기업 중국산 AI모델 관심과 수요 증가빅테크는 이미 R1 도입 중, 가격·효율성 장점패권 경쟁 속 전략제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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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시크
    저비용 고성능 AI ‘딥시크‘의 등장으로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와 AI 협업을 주로 진행해왔지만, 중국산 AI 도입과 더불어 제휴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효과로 국내에서는 중국산 AI 모델 관련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1월 4주차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 통계에서 딥시크 주간 사용자 수는 121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위 챗GPT(493만명)에 이은 2위로, 뤼튼(107만명)과 에이닷(55만명) 등 기존 AI앱을 단숨에 뛰어넘은 수치다.

    국내 ICT 기업들도 딥시크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은 딥시크 R1에 적용된 기술을 검토하는 한편, 활용 방안과 향후 AI 개발 방향성 등 다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중이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AI 개발과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한 AI 서비스는 서버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챗GPT는 무료 이용 시 사용 횟수가 제한돼 있고, 기업용 모델에는 1인당 월 20달러 이상 높은 요금을 내야 한다. 모델 개발과 운영에 막대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동원된 만큼 회수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비용 효율적인 딥시크 추론모델 ‘R1’을 이미 도입 중이다. 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R1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고, 메타는 R1 기술을 분석해 자사 AI모델 ‘라마’에 적용할 방침이다. AI 검색기업 퍼플렉시티도 R1을 검색 옵션에 추가했는데, R1은 개발 코드를 공유하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개돼 활용도가 높고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ICT 기업들은 그동안 MS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관련 전략적 제휴를 진행해 왔다. KT가 MS와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과 네이버도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하며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AI 사업 협력을 모색했다.

    딥시크를 계기로 국내 ICT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외에 중국 AI 도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자사 서비스에 R1을 탑재하거나 검토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비용 효율적 AI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국과 협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AI 경쟁이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이어지며 산업 측면보다 정치적 문제가 강조되는 만큼 전략적 제휴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프라 구축과 LLM(거대언어모델) 개발, 서비스 상업화로 이어지는 순환 과정 대부분을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산업과 기술적 측면에서 중국 기업들과 협력을 배제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며 “저비용 고성능 기조에 맞춰 AI 개발과 협력을 이어간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