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확산세 '비상' … 해외선 인체 감염 사례도 경기 양주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발생으로 우려 증폭 고환율 지속에 사료 인상 압력 높아져 경영비 부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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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된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올 겨울 강추위 속 축산농가가 비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이 확산세여서다. 해외에서는 사람이 AI에 감염된 사례도 나와 AI가 다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월부터 지속된 고환율로 원자재값이 상승해 사료값 인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도축장 전기요금 20% 할인 특례 종료 이후 도축비 인상이 이어지면서 축산농가 경영부담도 커졌다.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첫 발생 이후 이달까지 닭과 오리 농장에서 총 32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됐다. 발생 지역도 전북 9건, 충북 5건, 경기 4건, 전남 4건, 충남 3건, 경북 2건, 경남 2건, 인천 1건, 세종 1건, 강원 1건 등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이날에도 충북 진천 산란계 농장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이 농장은 지난달 24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진천 육용오리 농장과 1.37km 떨어져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검사 중으로 최종 판명까지는 1~3일 걸린다.최근 AI가 확산세를 보이자 AI의 인체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체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H5N1 유행 중 인체 감염 사례가 60건 이상 보고됐고 지난달 6일에는 H5N1 감염으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영국에서도 지난달 27일 H5N1의 인체 감염 사례가 발견됐다. 감염자가 농장에서 H5N1에 감염된 조류들과 장기간 밀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내에서는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질병관리청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AI 인체 감염이 대규모로 확산되면 한 달 안에 인구 40%가 감염되고 중환자가 28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H5N1이 포유류 집단에 퍼지기 시작하면 확산 위험이 증가하고 인간 대 인간 전염이 이뤄질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지속되는 고환율도 축산농가의 골칫거리다. 사료는 수입 원자재의 비중이 높아 고환율이 지속되면 사료제품 상승 압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우 산지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사료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에 축산농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한우값 하락과 생산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농가 경영 부담 가중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마리당 평균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료값은 올랐지만 한우 사육두수가 늘어 도매가격이 내려간 영향이다.지난해 말 종료된 도축장 전기요금 20% 할인 특례도 종료돼 도축 수수료가 인상되고 있다. 도축장들은 도축수수료를 돼지는 1000~2000원, 소는 1만~2만원 인상했고 추후 인상 예고도 뒤따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올해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 종료되고 올초부터 환율급등에 따른 사료값 상승이 예고되고 있어 생산비 상승요인이 첩첩산중"이라고 지적했다.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최근 농가를 중심으로 "버티기 힘들다" "속수무책" 등의 반응이 나오는 상황 속에 "AI 확산 등은 농가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며 "환율로 인한 사료값 상승은 생산비와 직결돼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