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3.6조, 삼성SDI 2조 규모 달해비판여론에 김동관·손재일 자사주 매입 발표주주들 "대규모 유증, 지분희석으로 피해 전가"고려아연, 작년 2.5조 유증 발표 후 철회하기도
  • ▲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연합뉴스
    ▲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연달아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주주들은 “유증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유증의 목적으로 유럽 방위비 증가 및 자주국방 추구, 미국 해양방산 및 조선 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증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 중 1조6000억원을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9000억원은 국내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터리 시설 및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 및 운영 투자에, 8000억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 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이달 1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조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증의 주식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다. 

    삼성SDI는 이번 유증에 대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 성장 전망과 함께 시설투자에서 양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배터리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지난 19일 주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지난 19일 주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유증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올해 1월 20일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경영진의 전면교체와 함께 티웨이항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유상증자를 요구하는 경영개선요구서를 전달했다. 

    당시 대명소노 측은 “재무 건전성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요구를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으로 유증을 추진하지만 주주들은 “대규모 유증은 지분 희석으로 이어져 피해를 보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주 반발을 최소화하고 유증을 진행하는 게 해당 기업들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에어로 유증의 경우 글로벌 방산분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유증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의 유증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규모에 비해 구체적인 설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종목토론방에서는 유증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유증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과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각각 30억원, 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안을 발표했다. 다른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자사주 매수에 나설 예정이다. 

    손 대표는 “투자시점을 실기하면 반짝 호황으로 끝나고 도태될 수 있다”면서 유증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 소액주주연대가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김재홍 기자
    ▲ 소액주주연대가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김재홍 기자
    대명소노그룹이 유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1인시위를 전개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달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의 유증을 요구했지만 이는 대주주에만 유리하다”면서 “오는 31일 주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질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구채 발행 등 다른 자본조달 방식이 있지만 유증이라는 방법으로 소액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유증이 철회된 사례도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증 방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MBK,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자기주식을 공매매수하고 나서 대규모 유증을 발표하자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2조5000억원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고 한 점도 문제가 됐다. 

    금감원이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유증 방안을 전격 철회했다.  

    큰 문제 없이 무난하게 유증이 진행된 케이스는 대한항공 사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3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진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당시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지난해 12월, 1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매입하며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