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상법 개정·52시간 예외 난항 우회 비판“수출주도 수명 다해 … 새 모델 고민해야”“러트닉, 韓 중요하게 여기고 메시지 줘”
  • ▲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공회의소
    ▲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적절한 타이밍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가운데 상법 개정안이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게 최 회장의 지적이다. 국내 최대 경제 단체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상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보인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 것인데, ‘그걸 바꿔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 봅시다’ 하는 게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상법 개정은) 또 다른 ‘언노운(unknown·알지 못하는)’”으로 규정했다. 언노운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불확실성 탓에 맞닥뜨리는 리스크를 뜻한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게 된다.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가장 큰 적”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법이라는 것은 그 취지를 따라만 가지는 않는다”며 “취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법을 바꾸든 없애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규제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도 “그러나 너무 많은 비대한 규제는 사람들의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키다 보니, (경제를) 성장 시키고 사회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미중 갈등이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하며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최 회장은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 등에 밀려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제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신 비용을 낮추는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AI 경쟁력은 전 세계 10위권 밖이라고 지적하며 한국만의 AI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지난달 대한상의 민간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서는 “시간을 쪼개서 한국 사절단을 만나줬다”면서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온 ‘홀대론’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최 회장은 “당시 러트닉 장관은 취임 선서 전이어서 공식 업무 시작을 안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를 만나 사무실에서 45분 동안 미팅을 했다. 우리를 상당히 중요한 상대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가 마이애미에서 포럼을 열었고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백악관 인사들이 거기에 참석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만큼 만나거나 메시지를 전할 방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방미에서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논리를 펼쳤고 미국 측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미국 정부 측에 “액화천연가스(LNG)와 농산물 등의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하던 대로 계속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SK그룹도 이미 계획되어 있는 투자들은 그대로 간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등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